동·서양의 매력 눈길 잡고 쇼핑·유흥의 유혹 발길 잡고…

입력
2012.12.05 12:18

재테크라곤 유행 지난 적립식 펀드밖에 해본 적 없지만 12월 밀린 연차 휴가를 털어 쓸 때면 흡사 '곗돈 탈 때 기분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맘때의 여행지는 적당히 따뜻해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만끽할 장소를 찾게 마련. 비상금 정도로 해결할 수 있는 만만한 여행 비용과 적당한 쇼핑 코스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겨울철 나 홀로 여행은 제아무리 달변으로 포장해도 남의 눈에 궁상으로만 비치니, 이 여행에 파트너는 필수다.

12월 휴가를 안락하게 소비하는 관광지로 자주 추천되는 홍콩과 마카오를 다녀왔다. 연일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벌어지는 여기는 해마다 다른 콘셉트를 내세우며 연말연시 들뜬 기분에 찬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1513년 포르투갈에 의해 개방된 후, 아편전쟁 때문에 홍콩으로 외국인이 떠나기 전까지 400여 년간 동서양 문물의 교차 지역으로서 마카오는 독특한 문화를 만든 곳이다.

가족 여행지로 거듭나는 마카오

마카오 공항에 들어선 순간, 이 곳을 일컫는 '아시아의 베니스'란 말은 관광업계 사람들이 만들어낸 호객용 구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오는 연평균 기온 22도의 아열대성 기후로 습도가 75~90%에 이른다.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텔비와 세련된 서비스, 다양한 오락 시설이 장점이긴 하다. 그러나 잦은 비에다 끊일 날 없는 대규모 리조트 공사 등으로 볼거리는 많지 않다.

한나절 정도 시내 관광이 끝나면 마카오 여행 대부분은 카지노나 호텔의 이런 저런 프로그램을 즐기는 데서 끝나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말하자면 몇 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호텔 휴가'를 좀 색다르게 보내려는 사람에게 적합한 곳이다.

마카오는 유흥과 환락의 도시로 알려져 있고 실제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카지노 말고도 즐길거리는 많다. 대규모 카지노 시설이 들어선 곳은 타이파 섬과 콜로아느 섬 사이에 있는 5.2㎢의 매립지 '코타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갤럭시, 포시즌 등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부대 시설을 강화한 새 호텔들은 숙박과 엔터테인먼트의 조화를 무기로 내세운다.

예컨대 2007년 개장한 베네시안 마카오 호텔의 경우 아시아에서 가장 큰 카지노 시설을 갖춘 동시에 실내 공연장을 만들어 신제품 출시 행사, 세계 수준의 스포츠 경기, 공연을 위한 장소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즈니스 여행객은 물론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끌어 모으려는 계산이다.

라스베이거스가 국제 전자 제품 쇼를 유치해 관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처럼, 이 곳을 비즈니스와 관광을 합친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 호텔의 각종 시설을 며칠간 이용해 보니 아빠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고 엄마는 호텔에서 맛사지를 받고 아이는'인체의 신비'나 '타이타닉' 전시를 보면서 수행 평가를 해결하다 퓨전레스토랑에 모여 다정하게 식사하는, 그로테스크한 가족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관광객을 붙잡기 위해 이 호텔이 올 겨울 내건 행사는'베니스의 겨울'이다. 화려한 줄 전구로 둘러친 호텔의 외관과 18.3m 높이의 찬란하게 빛나는 푸른 크리스마스트리와 호텔 정문 앞의 인공 눈을 볼 수 있는데, 마치 오일 머니로 만든 두바이의 스키장을 보는 느낌이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매시 정각부터 30분간, 호텔 전면에는 화려한 불빛 쇼가 투사된다. 지난 달 21일 개막한 아이스발레 '백조의 호수'는 이 호텔의 야심 찬 공연이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10여분 달리면 시내 관광이 기다리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마카오의 건축물은 구도심에 몰려있다. 우리나라의 명동 격인 세나도 광장, 17세기 지어진 성 바울 성당 등 20여 개의 유적지가 광장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어 두 발로 걸어 다녀도 한 나절이면 다 구경할 수 있다. 시내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달큰한 포르투갈 와인과 계란 타르트, 독특한 향의 육포를 사니 귀국 비행 시간이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의 추억을 선사할 홍콩

이맘때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한다. 사랑하는 가족, 연인들과 여유롭고 낭만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큰 부담 없이, 그러나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홍콩을 추천한다. 특히 쇼핑을 좋아한다면 아시아에서 홍콩 만한 곳은 없다.

세계적인 쇼핑 천국 홍콩은 다양한 브랜드 세일과 체험 행사를 통해 여성들의 지갑을 노린다. 그 중에서도 코즈웨이 베이는 홍콩 패션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핫'하고 인기 있는 패션 중심지다. 앤딩 로드(Yun Ping Road)와 레이튼 로드(Leighton Road)사이를 따라 하이산 플레이스(Hysan Place), 리 가든스 1&2, 레이튼, 리 씨어터 플라자가 둘러싸고 있는 '리 가든스 쇼핑 에어라인'은 쇼핑의 명소로서 코즈웨이 베이 지역이 명성을 떨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코즈웨이 베이의 심장부인 MTR역 2번 출구에 위치한 하이산 플레이스는 현재 홍콩에서 가장 주목 받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총 17층으로 이루어진 대형 쇼핑 복합물에서는 전 세계의 패션, 액세서리, 화장품, 라이프 스타일, 문화와 음식에 이르기까지 최신 트렌드를 즐길 수 있다. 1층에 자리잡은 T 갤러리아는 50개 이상의 유명 색조, 스킨케어, 향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니큐어 트리트먼트 서비스부터 무료 메이크업 시연까지 다양한 전문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 일행이 있다면 8층부터 10층까지 자리잡고 있는 청핀서점을 찾아가보자. 대만 최대의 서점 및 문구 브랜드인 청핀서점엔 멀티 미디어, 문화 예술, 어린이 도서, 잡지, 컴퓨터 관련 서적 전문 코너가 마련돼 있다. 특히 10층에는 대만의 차(茶) 전문 브랜드 왕더 촨의 최고급 중국 차 및 유명한 차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해서는 홍콩 디즈니랜드를 추천한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홍콩 디즈니랜드에서는 산타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스티치, 도널드 덕 그리고 그 외 세계적으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디즈니 캐릭터들의 특별 공연이 펼쳐진다. 토이스토리랜드가 새롭게 개장돼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마련돼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겨울을 선사한다.

백만불짜리 야경은 홍콩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홍콩은 도심 건물 자체가 볼거리인데 특히 홍콩섬 산 꼭대기인 빅토리아파크에서 바라본 구룡반도의 야경은 홍콩 여행의 필수 코스다. 홍콩섬 센트럴 지역에서 출발하는 피크트램을 타고 산 꼭대기 피크타워에 오르면 홍콩의 야경은 물론 쇼핑 식도락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홍콩섬 센트럴에 있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도 놓쳐서는 안 된다. 빅토리아 피크 산중턱의 미드레벨과 센트럴 중심가를 잇는 800m 길이의 에스켈레이터로 클럽 레스토랑 쇼핑물 등이 속속 들어서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홍콩관광청은 지난달 말부터 홍콩 전역에서 겨울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새해 첫날까지 진행되는 축제 기간엔 홍콩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여행수첩

●마카오와 홍콩은 한국과 1시간 시차가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제주, 캐세이 퍼시픽, 타이항공이 매일 홍콩으로 운항한다. 11월23일부터 2013년 1월1일까지 겨울 축제 기간으로 홍콩 전 지역에서 명품 등 할인 행사가 열린다. ●12월 평균 기온은 21~26도. 마카오 기상청 사이트(www.smg.gov.mo/www/e_index.php)에서 일기 예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야외에서는 강한 자외선과 비, 바람이 수시로 몰려온다. 우산과 선글라스를 가지고 외출할 것. ●환전은 홍콩 달러로 준비해 가는 것이 편하다.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마카오 파타카와 홍콩 달러와 비율은 1:1.03.

마카오=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홍콩=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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