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토종개 '동경이' 천연기념물 됐다

입력
2012.11.0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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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고분에서 출토되는 토우(土偶ㆍ흙인형)에는 꼬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토종개가 등장한다. 경주 지역에서 널리 사육됐던 것으로 알려진 '동경이(東京狗)'다. 이 동경이가 진도 진돗개(53호), 경산 삽살개(368호)에 이어 세 번 째로 천연기념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있는 동경이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조선시대 에는 '동경(東京)의 지형은 머리만 있고 꼬리가 없는 형상인 까닭에 그곳에서 태어난 개는 꼬리가 없거나 짧은 것이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동경은 고려시대 경주의 지명이다. 5, 6세기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주황남동고분군을 포함한 신라고분군에서도 짧은 꼬리를 가진 개 모양의 토우(土偶)들이 잇따라 발견됐다.

1669년 경주 부윤을 지낸 민주면이 쓴 에도 "동경에는 꼬리 짧은 개가 많이 태어나는데 이는 동경이(東京狗)를 지칭한다"고 적혀 있다. 동경이는 한때 경상도 사투리로 '땡갱이' '댕갱이' '댕댕이' '댕견' 으로 불리며 잡종개 취급을 받기도 했다.

동경이는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와 서라벌대 사육시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양동마을 농가 등에서 300여 마리가 사육되면서 혈통과 질병관리 내부지침을 통해 보호 관리되고 있다. 20년의 노력 끝에 동경이 혈통 보존과 천연기념물 지정을 이끌어 낸 최석규 사단법인 한국경주개동경이보존협회장은 "동경이는 자신보다 몸집이 몇 배나 큰 멧돼지를 사냥할 정도로 강인하지만 사람에게는 매우 온순하다"며 "동경이는 꼬리가 없어 엉덩이를 흔들거나 혓바닥을 핥는 것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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