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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깨지고 들볶이고 비틀대도… 샐러리맨의 '완생' 응원합니다

입력
2012.10.12 12:00
'미생' 작가 윤태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생' 작가 윤태호. 한국일보 자료사진.

샐러리맨들의 일상을, 인생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바둑에 빗대 풀어낸 만화작가 윤태호(43)의 신작 '미생'이 화제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미생(未生)'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판 위에서 비틀거리며 '완생(完生)'을 향해 나아가는 이 땅 모든 샐러리맨들의 삶을 은유한다.

올 초부터 포털 다음에 연재(매주 화ㆍ금)된 '미생'은 파릇한 10대를 바둑돌만 쥐고 보냈으나 끝내 프로기사 입단에 실패한 청년 장그래가 대기업 종합상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가 상사맨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줄거리는, 전작 '야후' '이끼' 등을 거치며 다져진 작가 특유의 탄탄한 서사와 생생한 인물 설정, 소름 돋을 만큼 세밀한 일상의 묘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매회 많게는 1,000여건의 댓글이 달리는데, 직장인들은 물론 샐러리맨의 아내, 취업준비생, 고3 수험생도 눈에 띈다. 누군가는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위로를 얻고, 어떤 이는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이는 미처 몰랐던 내 가족과 이웃의 아픔에 공감한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는 주인공의 독백처럼, 독자들이 저마다의 눈으로 작품을 읽고 새로운 이야기를 품어내게 하는 힘이 '미생'의 가장 큰 매력일 터이다.

바둑 실력 고작 10급에 회사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작가가 어떻게 이 만만치 않은 두 소재를 엮어 이렇듯 풍성한 이야기를 직조해낼 수 있었을까.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누룩미디어 사무실에서 작가를 만났다. 누룩미디어는 그가 동료작가 강풀, 양영순, 박철권과 함께 만든 만화컨텐츠 기획사다. 그가 "마감 날엔 꼬박 밤새고 바로 학교 수업 갔다 강연 등 외부 활동까지 하느라 이틀에 한번 잠을 잔다"고 하자, 박철권 대표는 "게다가 새벽까지 술도 마신다. 저러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핀잔을 줬다.

-최근 단행본 두 권(위즈덤하우스)이 나오면서 반응이 더 뜨겁다. 인기를 실감하나.

잘 모르겠다. 지난 주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사인회를 열었는데, 옆 행사장에 중국배우 장백지가 나타나자 줄 섰던 분들이 우르르 가버렸다. 다음날 강풀 사인회에는 구름처럼 몰렸다던데.(웃음) 많은 직장인들이 이 작품을 보고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들의 일상을 목격해주고 증명해주는 것 같은 느낌, 때로는 위로 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를 바랐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좋은 반응이 나와 다행스럽고 고맙다.

-책 띠지에 '10년의 기다림 3년의 준비'끝에 나온 작품이라고 써있던데, 사연은?

10년 전쯤 타짜처럼 전국을 떠도는 내기 바둑꾼 얘기를 써볼까 하다가 제 기력(棋力)으론 어림도 없어 묻었다. 다음으로 창업 시리즈를 준비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창업과 경영에 관한 책들을 섭렵한 뒤 재무제표 읽는 법 등을 배우기 위해 한 회계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1시간에 30만원을 달라고 해 에이, 재수없다 하고 말았다.(웃음) 그런데 '이끼' 끝내자마자 출판사에서 바둑과 회사 이야기를 엮은 작품을 의뢰했다. 운명인가 싶더라. 사실 출판사에서 처음 제안한 건 바둑 고수가 샐러리맨들에게 처세술을 일러주는 내용으로, 제목도 '고수'였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한 분야의 고수라고 다른 분야에서도 고수일 수는 없지 않은가. 소재를 놓치지 않되 내가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로 바꾸려다 보니 3년이 흘렀다. '이끼'도 구상에서 연재 완료까지 5년이 걸렸다. 이렇게 따지면 평생 할 수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은데, 원치 않는 작품을 쓰긴 싫었다.

-고수는 싫더라도 어떻게 바둑 세계에서 실패한 고졸 청년을 주인공 삼을 생각을 했나.

한국기원 연구생들은 다 천재, 아니면 영재다. 보통 일곱, 여덟 살에 연구생이 되는데, 그 어린 아이가 종일 바둑판에 붙어 앉아 수를 읽는다고 생각해 봐라. 프로 입단에 실패했다지만 그 정도면 기업에서 대학 나온 또래들과 어깨싸움 할 수 있겠다고 봤다. 실패자 설정은 안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저 역시 전혀 모르는 기업의 세계를 취재해서 알아가는 스텝에 맞춰 주인공을 성장시켜 갈 수 있으니까.

-바둑 실력이 달려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나.

바둑을 삶에 접목하는 데는 하수인 게 오히려 낫다. 고수의 눈에는 당연해 보이는 것도 제 입장에선 다 신기하니까.(웃음) 준비하는 동안 한국기원을 드나들며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바둑에세이를 탐독하는 등 바둑을 문학적 베이스에서 즐겨온 덕에 어떤 수나 상황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많이 꾸려두었던 것도 큰 밑천이다.

-매회 첫 머리에 조훈현 9단이 중국의 녜웨이핑 9단에게 역전승을 거둔 제1회 응씨배 결승 5국 기보를 싣고 회차를 1수, 2수로 표기한다. 이야기 전개와 연관이 있나.

전혀 없다. 그 수를 다 읽고 이야기를 뽑아내면 내가 바둑 9단이지.(웃음) 한국 바둑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이자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인 이 대국이 오래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실었다. 웹툰에는 기보만 띄우는데 한 독자가 댓글로 해설을 달아주고 있다. 반응이 워낙 좋아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작품'이란 의미로 책에 실으려고 연락을 했더니 버럭~ 하더라. 바둑을 뭘로 보고 이 위대한 대국의 해설을 자기 같은 사람한테 맡기느냐고. 그래서 바둑계 최고의 문장가인 박치문 기자에게 부탁했다.

-에피소드나 묘사의 디테일에 대한 호평이 많다. 취재를 독하게 했나 보다.

부장이 높은지 차장, 과장이 높은지도 몰랐다.(웃음) 대기업 상사들을 접촉했다가 다 거절당하고 연재를 시작한 뒤에야 상사에 다니는 몇 분을 알게 됐는데, 취재라기보다는 스터디에 가까웠다. 구상한 에피소드가 말이 되는지 묻고는 관련 업무의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들어 살을 붙인다. 요즘 회사 일이 프리젠테이션 중심이어서 다들 말도 잘하고 정리가 잘 돼있다. 용어를 몰라 우물대면 아, 이거요? 하고 딱 짚어줄 정도다.

-장그래라는 이름, 입에도 잘 붙고 긍정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간 제 작품이 다 네거티브하고 우울했다. 이번에는 그런 기운을 털어내자 싶었다. 대마를 뜻하는 '장생'을 생각했다가 너무 무거워 버렸다. 그때 입고 있던 티셔츠에 적힌 'Yes'가 딱 눈에 들어오더라. 그래, 이거다! 안녕? 그래, 안녕! 이러다 보니 여자 입사동기는 자연스레 안영이가 됐다.(웃음)

-일 중독자 오 과장 눈을 늘 빨갛게 그린 것도 흥미롭다.

제가 그러고 다니니까.(웃음)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다. 장그래의 뾰족한 코도 그렇고 만화적 기호를 강조하고 싶었다. 비교가 되다 보니 별로 안 예쁜 안영이가 예쁘게 보인다. 삼형제 막내로 자라서인지 여자는 캐릭터 분석도 잘 안되고, 그림도 진짜 못 그린다. 그래서 제 작품엔 여자 캐릭터도 많이 안 나온다.(웃음)

-주요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었나. 주변 인물에서 따오진 않았나.

이야기를 목표지점까지 끌고 가는 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다. 누군가를 따와 그런 힘이 나오겠나. 물론 100% 창작은 아닐 거다.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색깔을 담고 있는데, 그 중 하나를 강조해 각 인물들에게 투사한다고 할까. 제 안에는 안영이처럼 완벽주의 같은 모습도 있고, 김대리 같이 융통성 있고 듬직한 사람이고픈 욕망, 오 과장 같이 겉으로는 허허 하지만 내면은 실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망도 있다. 장그래처럼 대단히 큰 슬픔을 갖고 싶기도 하다. 그래야 인생이 더 극적이고 빛날 거 같으니까.(웃음)

-기업 드라마의 감초 같은 '나쁜 놈'이 이 작품엔 없다. 그게 매력이긴 하지만 '저런 좋은 상사, 동료만 있는 직장이 어딨어?' 하는 반응도 있다.

악인은 어떤 사람일까. 다분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회사에 해악을 끼치진 않지만 인격적으로 나쁜 사람, 혹은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나 가정에서는 존경 받는 아버지이자 남편을 뭉뚱그려 악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려운 문제다. 또 나는 행복에 겨워 미치는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굳이 악당이 필요할까, 누군가의 핍박이 없어도 자신의 한계 때문에 벽에 부딪치고 좌절하고 또 노력해서 위기를 극복해가는 것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초반에 "천재 하나가 수천, 수만을 먹여 살린다"며 떠들어대던 취객 둘이 영혼이 분리돼 널부러지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다.

말 같지 않은 얘기 그만하라는 뜻이다.(웃음) 그러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한 건물에 모여 책상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종일 씨름을 하나. 다 너희 덕이라고 떠드는 성과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지 보여줄 테다, 하는 일종의 선언이다.

-대기업 신화, 그 정점에 놓인 '삼성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신화도 같은 맥락인데, 대기업보다 견실한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대기업에서 훨씬 풍부한 얘기를 끌어낼 수 있고 다양한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유리하다. 대기업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율배반적으로 이해되는 곳도 없다.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거기 들어가 일하고 싶어하지만, 飢諮【?엄청나게 욕을 먹는다. 거기서 일하는 이들이 다 욕 먹어 마땅한가. 그렇지 않다. 대부분 내 이웃이고,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노력을 부정을 저지른 오너와 연관시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오 과장이 신입사원들 데리고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찾는 장면도 나온다.

직장인들이 많이 지나 다니는 시청 앞에 분향소가 있는데, 뉴스에서는 잘 안 다뤄진다. 이들의 아픔에 작은 관심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더불어 이 만화는 이런 페이소스를 놓치지 않고 갈 거라는 선언 같은 것이기도 하다.

-안영이나 선 차장 등 여성 캐릭터를 실력 있고 강단 있는 인물로 그렸다.

여성들이 부장, 차장에 오르려면 남자들과 똑같이 해서는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 처리도 똑 부러지고 인간관계도 깔끔하게 그렸다. 일례로 선 차장은 퇴근이 늦어지는 자신을 대신해 어린이집에 맡긴 아이를 돌봐주겠다는 신입사원들에게 고맙다며 그 자리에서 점심 약속을 잡는다. 남자들 같으면 '언제 밥 한번 먹자' 하고 말았을 거다.(웃음) 이 에피소드는 집에서 작업하던 시절 어린이집에 아이를 찾으러 갔다가 겪은 일이 바탕이 됐다. 우리 엄마, 아빠인가 싶어 달려 나온 아이들이 한참을 빤히 쳐다보고 서있는데, 그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이를 저녁 늦게까지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얼마나 단단해져야 현재를 살아낼 수 있는 건지….

-매번 댓글을 다 읽는다고 들었다. 아픈 지적은 없나.

경험담을 털어놓는 독자들이 많아 댓글 읽기는 제2의 취재다. 너무 올드하다, 90년대 얘기 같다는 지적도 있다. 상사는 요즘도 올드한데…. 그런데 '요새 이런 회사가 어디 있냐'는 글이 뜨면, 누군가 '우리 회사는 그래요'라고 답해준다. 해피하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한국기원 취재할 때 입단에 실패한 연구생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상처라는 말을 함부로 쓰기도 어려운 좌절을 겪은 이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분들을 연재 시작하고 메일과 댓글로 만났다. 어떤 분은 '장그래를 제발 성공한 사람으로 그려달라. 그래야 내 인생도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가질 것 같다'고 썼다. 새벽에 취재갔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 글을 보고 펑펑 울었다.

-전체 145수 중 72수까지 나왔다. 결말은 장그래가 정사원이 돼 완생하는 건가.

글쎄, 비밀이다. 후반부 얘기는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계약을 성사시키기까지 과정을 그리게 된다는 것만 밝힌다.

-드라마나 영화화 계획은?

영화 쪽은 한 군데, 드라마는 네 군데서 제안을 받았다. 작품이 다른 매체에서 생명력을 이어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다만 지금은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 결정을 미뤄뒀다.

-잠언이나 한편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명문들이 많다. 비법이 있다면?

만화는 기본적으로 문학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학적 감수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단어나 문장 하나하나에 예민하다. '이끼' 전에 3,4년 슬럼프를 겪으면서 명상서적, 성경 등을 많이 읽은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문장은 짓는다기보다 발견하는 게 아닐까 싶다. 세상에 이미 많은 문장들이 있고, 살면서 뭔가 간절해질 때 그 간절함을 표현해줄 문장을 만나게 된다고나 할까.

-작품이 진짜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나.

나올 때까지 책장에서 씨름한다. 다른 방법을 찾는 습관이 들면 자꾸 판을 외면하게 된다.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슬럼프라든가 위기의 순간이 닥치는 걸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그걸 감당해 낼 각오가 돼있어야 한다. 미대 입시에 실패하고 만화에 발을 들인 이후 줄곧 책상 위에 시간표를 써 붙이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생활을 해왔다.(웃음)

-만화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면.

한국 만화계에서 안 해본 게 없는 사람이다. 출판만화와 웹툰을 다 하고 있고, 출판 쪽에서도 학습만화, 대본소 만화, 잡지 만화 다 해봤다. 만화학원도 다녔고, 허영만 선생 등 문하생도 거쳤고, 대학(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대우교수) 강의도 한다. 왜 이 많은 경험을 했을까,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모면해왔던 탓이다. 만화와 관련한 재능을 많이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뚝심있게 선 굵게 살진 못했다. 그래서 후회가 참 많다.

-성공한 작가의 입에서 학대, 후회 같은 말이 쏟아지니 의외다. 깊은 상처라도….

어려서부터 악건성 피부질환을 앓았다. 남들은 '단지 피부가 안 좋다고…'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게 '단지'가 아니었다. 옷 벗고 어울려 노는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해야 했고, 복도에 팬티 차림으로 줄 워 신체검사를 할 땐 전교생의 구경거리가 됐다. 신검에서 군 면제 판정을 받고는 울컥해서 군의관 붙들고 '이거 치료 안되나요?' 묻기도 했다. 아들 데리고 목욕탕 가서 서로 등 밀어주는 게 남자들 로망인데, 한번도 못해봤다. 장그래도 그렇듯이 큰 슬픔을 지닌 사람은 어지간한 일에는 감정이 흔들리지 않게 스스로를 단련한다. 정말 죽어라 최선을 다하지 않고선 스스로에게 만족하지도 못한다. 그런 강박관념이 어떤 인물이나 갈등 상황을 다룰 때 이게 공정한가, 밸런스가 맞나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면일 거다.

-만화를 하지 않았다면 뭘 했을까.

생각해 본 적 없다. 만화 그리는 재능이 100이면 다른 영역의 재능은 한 15, 20 정도밖에 안되니 다른 직업은 꿈도 꾸지 않았다.

-이 정도 성공했으면 돈 방석에 앉았겠다고 보는 이들도 많을 텐데.

상대적으로 많이 번다지만, 문하생을 둔 작업실 운영비나 취재비용 등 지출도 그만큼 많다. 1년을 넘는 연재 기간이나 분량을 감안하면 고료가 높지도 않고. 이 직업이 인기가 따르는 일인 건 맞는데, 그게 어떻게 돈으로 전환되는지는 모르겠다.(웃음)

-구상하고 있는 작품이 있나.

몇 개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을 다뤄볼까 한다. 우리가 굉장히 많은 자유를 억압당하고 사는 것이 분단과 전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분단이라기보다는 남과 북을 두 개의 나라로 생각하지만, 국가보안법상으로는 하나의 나라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비롯해 분단에 뿌리를 둔 여러 문제들을 되짚어보고 싶다. 신안앞바다 도굴꾼처럼 상업적으로 재미를 좇는 이야기도 구상 중이다.

-끝으로 '미생'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풍부하게 즐기시라. 단, 욕은 하지 마시고.(웃음) 독자들끼리 초딩이냐, 중딩이냐 하며 비난하는 경우가 있는데, 해석과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최대한 즐겨달라.

이희정 선임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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