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세상/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나도 같은 생각" 집단 동조가 극단 부른다

입력
2011.10.1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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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캐스 R. 선스타인 지음·이정인 옮김/프리뷰 발행·240쪽·1만3,800원

이집트에서는 민주화 혁명으로 독재 정권이 축출됐지만 혁명의 주축인 이슬람 세력과 소수 기독교인 간에는 여전히 극단적인 유혈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여름 한국 주식시장은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 이후 유례 없는 극단의 혼란 장세를 연출했다. 외국인의 자금 회수 움직임과 더불어 공포감에 매물을 내던진 개인의 매도세가 주된 이유였다. 경제, 사회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극단이 심화하는 시대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는 극단적인 인간 행동의 배경을 집단 사고에서 찾은 책이다. 국내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집단 내 구성원들의 동조성이 사고를 극단화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우선 부동산 가격은 반드시 오른다는 잘못된 믿음의 결과로 발생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슬람 과격주의자들의 테러리즘 등을 예로 들어 극단성을 집단 활동의 산물로 규정한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집단에 소속되면 혼자 있을 때는 하지 않을 일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긴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사회심리학적 저작물을 인용한다. 이와 함께 60여명을 대상으로 진보 집단과 보수 집단으로 나눠 사회적 이슈를 토론하게 한 지난 2005년의 실험 결과도 제시한다.

저자는 특히 극단의 메커니즘을 사회비교론으로 분석한다. 누구나 실제 자기 생각보다 열렬히 주류의 입장을 지지하는 경향을 띠며, 집단 내에서 입지가 약한 사람일수록 토론 과정에서 혼자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더라도 그것을 발설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사회적 네트워크가 사람들이 원래 갖고 있던 생각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최근 확산하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극단화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주장, 자기 입맛에 맞는 어조의 글을 손쉽게 골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접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저자는 이 같은 논리로 극단 상황을 설명하면서 테러와 같은 부정적 극단주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덧붙인다. 전통을 존중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 체계를 갖추는 게 그가 생각하는 극단화의 극복 방안이다. 미처 몰랐던 반대 주장도 우연히 접할 수 있는 신문과 시사주간지, 텔레비전 뉴스 프로그램을 꾸준히 보는 일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빈곤, 기아 등의 사회 문제에 냉소적이던 이들이 집단 극단화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되는 '착한 극단주의'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논리를 담고 있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이 사라져 가는 최근의 사회 흐름을 이해하는 흥미로운 근거를 제시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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