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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문학과 만나다] <3> 핀란드'국민작가' 레나 크론

입력
2010.05.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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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작가 레나 크론(63)은 1970년 데뷔한 이래 40년 동안 소설, 동화, 그림책, 에세이 등 폭넓은 창작활동을 펼치며 핀란디아상 등 주요 문학상과 최고 예술가 훈장인 프로핀란디아 메달을 받은 핀란드의 '국민작가'다. 2004년 세계판타지문학상 수상작 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등 15개 언어로 번역됐다.

한국에 번역된 크론의 작품으로는 그의 초기 장편 (1976)이 있다. 산업화로 생활 터전을 잃은 뒤 사람처럼 살고자 변장을 하고 인간 사회에 잠입한 펠리컨과 그의 정체를 알아본 소년의 교제를 다룬 우화소설로, 작가는 펠리컨의 눈을 통해 인간 사회의 부조리와 어두운 이면을 날카롭게 묘파한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시카고 국제아동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10~14일 열리는 '세계작가축제' 참석차 방한한 크론을 11일 주한 핀란드 대사관저에서 만났다.

_ 에서 처음엔 열심히 사람의 언어, 문화를 익히며 인간 사회에 동화되려 했던 펠리컨은 결국 자기가 배운 모든 것을 잊겠다고 선언하며 바다로 돌아간다.

"학창 시절의 마지막을 보냈던 1960년대에 나는 인간 문명이 자연은 물론 다른 생물과 갈등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분에 인간은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자연은 심각하게 파괴됐다. 10여 년이 지난 뒤 그런 고통과 갈등의 원인을 만든 인간의 본질을 알고자 을 썼다. 인간이 저지른 치명적 잘못에 대해 내가 느끼는 슬픔을 소설을 통해 표현했다."

_은 물론이고, 곤충들의 '해외 여행'을 다룬 당신의 대표작 도 판타지 요소가 강한 소설이다. 판타지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나.

"판타지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다. 작품을 쓰는 것은 숨쉬는 것과 같아서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판타지라 불리는 내 작품들이 모두 사실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최근에 쓴 소설은 굳이 분류하자면 SF이지만 그 내용은 핀란드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_ 10일 열린 '세계작가축제' 행사에서 자신의 문학에 '불교적 리듬'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무슨 뜻인가.

"내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내 철학과 사고방식은 불교와 가깝다. 그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현재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꿈'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실재가 아니라 모두 꿈인데, 이 꿈을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현재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더 설명하자면 모든 사실은 부분적으로 환상이고, 모든 인공적 물질 역시 부분적으론 정신 현상이다. 그것들의 기원이 '상상'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상상과 상징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면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다. 문학의 힘은 여기에 있다."

_ 한국문학을 어떻게 생각하나.

"세계작가축제 행사를 함께한 소설가 정찬씨의 작품을 읽었는데, 무척 슬프고도 낭만적이어서 큰 감동을 받았다. 아쉽게도 핀란드 사람들은 한국문학을 거의 모른다. 6월 9일 핀란드에서 한국과 핀란드의 작가들이 모여 처음으로 여는 작품 낭독 행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고, 나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좋은 한국문학 작품이 많이 번역되길 바란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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