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영어 구사력 상당했다" 김일성·에드거 스노 면담때도 사용

입력
2009.08.11 23:44

중국 마오쩌둥(毛澤東ㆍ1893~1976)의 영어 구사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신문 중신망(中新網) 온라인판은 11일 마오쩌둥이 방중 외국 요인과 회담할 때 영어를 자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1975년 4월 18일 마오쩌둥은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을 만나자 가장 먼저"웰컴"(Welcome)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오쩌둥은 중국어로 "내 영어 발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며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김 주석이 회담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잠깐, 조선에선 식사할 때 젓가락을 씁니까? 투 스틱스(Two sticks)?"라며 다시 영어를 사용했다. 젓가락은 영어로 two sticks가 아니다 chopsticks이다.

또, 마오쩌둥은 1966년 10월1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17주년 경축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산계급반혁명노선'이라는 용어를 놓고 당내 대립이 야기되자 영어로 설명을 해가며 이 문제를 정리했다.

그는 "반혁명노선은 카운터-레볼루셔너리라인(Counter-revolutionary Line)인데, 이 보다는 안티-레볼루셔너라인(Anti-revolutoinnary Lineㆍ반대혁명노선) 혹은 리액셔너리라인(Reactionary Lineㆍ반동노선)을 사용하는 게 좋다"라며 명쾌하게 정리를 했다.

1974년 12월23일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가 마오에게 제4기 전인대 준비상황을 보고했다. 이때 마오는 '문혁 4인방'의 하나로 후계자 물망에 올랐던 왕훙원(王洪文) 부주석을 가르키며 "덩샤오핑(鄧小平)의 폴리티크(Politic)가 왕홍원보다 강하다"고 밝혀 덩샤오핑에 힘을 실어줬다. 덩샤오핑이 권력자로 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이 사건은 창사결책(長沙决策)으로 불린다.

마오쩌둥은 1970년 12월18일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인 미국의 신문기자 에드거 스노와 약 5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영어 단어 20개를 사용했다. 다만 마오쩌둥은 자신의 영어 구사력이 대단치 않다는 겸양을 보였다.

저우언라이 전 총리도 "마오 주석이 알고 있는 영어 어휘 수가 나보다 훨씬 많다"고 마오쩌둥의 영어 실력을 인정한 적이 있다. 마오쩌둥은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영어 단어를 여러 개 알고 있기는 하지만 문법은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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