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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파라치제' 시행 첫날/ "포상금 얼마냐" 문의 빗발… 불꺼진 학원가

입력
2009.07.07 23:48

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학원 불법교습 신고 포상금제'(학파라치제)가 7일부터 본격 시행되자 학원가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학원들은 혹여 신고 대상이 되지나 않을까 '교습시간 오후 10시 제한' 규정을 준수했고, 각 지역교육청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쳐 포상금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날 서울 대치동과 중계동 등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은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연일 심야교습 단속이 계속돼 어느 정도 내성이 생긴 듯 했다.

대치동 E보습학원 원장은 "예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 형식적인 단속을 하는 게 전부였는데 2주 전부터는 교육청 단속팀이 매일 나오고 있다"며 "포상금제가 시행돼도 교습시간 위반으로 걸리는 학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학원 관계자도 "이미 오후 10시 이후 수업은 모두 주말로 옮겼다"고 말했다.

실제 강남교육청이 지난달 24일 이후 적발한 교습시간 위반 사례는 총 26건으로 하루 1,2건 꼴에 불과하다. 포상금제를 입안한 이주호 교과부 차관이 직접 단속에 나선 6일 밤에도 대치동 보습학원 1곳만 교습시간을 넘겨 수업을 하다 적발됐을 뿐이다.

그러나 신고 포상금제 시행으로 사정이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강남교육청에는 6일부터 신고 방법과 포상금 액수를 묻는 전화가 폭주했고, 7일 1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교과부 홈페이지의 '학원비 신고센터'에도 36건의 신고가 올라왔다.

수강료 초과징수나 교습시간 위반을 신고하면 30만원, 무등록 학원을 신고할 경우 50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제보자 대부분이 학원에 몸담은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서 "(증거가 첨부된) 신고를 받고 단속 나가면 적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 학원 중에는 신고 당하는 위험을 무릅쓰고서라고 야간 교습을 계속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중계동 A학원 원장은 "수강생이 수백명인 대형 학원들이야 상관 없겠지만 우리같이 5,6명 모아놓고 가르치는 영세 학원들은 생계가 달린 문제라 (심야교습 등)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의견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이날 대치동 M학원에서 중2 아들의 여름방학 수강을 문의하던 김모(45ㆍ여)씨는 "사교육 대책은 역대 정부에서도 계속 있었지만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공교육이 바닥인 상황에서 포상금제에 기댄 학원 규제는 음성적인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학원가에서는 포상금제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계동의 한 수학보습학원 원장은 "야간 교습을 제한하니까 주말과 새벽반 문의가 크게 늘고 오후 10시 이후에는 과외를 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며 "정부가 아무리 채찍을 휘둘러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사교육을 원하는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사교육 대책에 맞춰 서울시교육청도 본격적인 '학원 옥죄기'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이날 '학원의 건전 운영을 위한 지도ㆍ단속 계획'을 발표하고 여름방학 기간 동안 학원들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시교육청은 이번 특별단속에서 교습시간 위반 외에도 수강료 초과 징수 행위 등 학원들의 불법ㆍ편법 운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특히 학원의 변칙 운영이 수강생이 폭증하는 방학 기간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 공정거래위원회, 서울경찰청, 서울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대대적인 지도ㆍ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교육 수요가 많은 강남(2명), 강서(1명), 북부(1명) 교육청 관할 지역에는 담당공무원이 증원되고 단속 보조요원도 54명이나 배치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야교습도 문제지만 학원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강료를 둘러싼 잡음을 없애야 한다"며 "초과징수 사실이 적발된 학원에 대해서는 수강료 전액을 반환케 하고 세무서에 추산 소득금액을 통보하는 등 행정처분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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