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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부대 서울시청 '탈환'

입력
2006.11.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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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는 시청이 좋아요.”

서울시청 본관 옥상에서 비둘기 둥지가 철거됐으나 다른 비둘기들이 몰려와 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가 청사관리차원에서 8월 비둘기집을 철거하고 20여마리를 생포해 서초구 ‘양재시민의 숲’에 강제이주시킨 지 3개월여 만이다.

시는 비둘기들이 수십 년간 살아온 터전인 본관 옥상을 초록색 인조잔디로 바꾸면서 비둘기 강제 퇴출작전은 벌였다. 귀소본능이 강한 비둘기가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집 철거 후 근처를 배회하는 비둘기를 철망에 가두어 격리수용했다.

하지만 먹이가 지천으로 깔린 서울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명당자리를 비둘기들이 그냥 놓아둘 리가 없었다. 처음에 몇 마리씩 모여들더니 최근에는 옥상과 옥탑 주변을 아예 점령했다. 어림으로도 수백 마리가 될 듯하다.

4층 구석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보니 비둘기 깃털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옥탑에는 살이 도톰하게 오른 비둘기 100여마리가 앉아 있었다. 비둘기들은 4각형의 옥탑 중 과거에 둥지가 있었던 서쪽 방향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곳 둥지는 1986년 증축됐다가 배설물 독성이 강해 청사 관리에 어려움을 주고 배설물 내 병균이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강제 철거됐다.

서울시는 “둥지를 철거하고 모이도 더 이상 주지 않고 있지만 비둘기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옥상녹화도 끝났고 신청사 건립도 추진 중이기 때문에 2차로 퇴출시킬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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