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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조와 함께하는 릴레이 마라톤] (1) 왜 릴레이 마라톤인가

입력
2005.11.04 00:00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달리기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정신 건강에 얼마나 유익한 지 잘 알고 있기에 지금 이 순간도 달리고 있다.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은 2시간 이상 길게는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며 달려야 하는 경기다. 거기에는 처절한 고통을 감내하는 인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선수시절 “달리는 자동차바퀴에 뛰어들고 싶었다”고 한계상황을 표현해 언론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실제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까도 했어도 이 바람에 돌아가신 정봉수 감독님에게 엄청 야단을 맞기도 했다. 나 자신도 그랬지만 엘리트 선수들도 풀코스 완주를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힘이 들면 정신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아마추어라면 오죽할 것인가.

그렇지만 릴레이마라톤은 다르다. 풀코스 완주와는 달리 릴레이마라톤은 5명이 우의와 결속을 다지며 바통을 주고받는 경기로 구간구간마다 한 템포 빠른 스피드 위주의 적극적이고 파워풀한 레이스를 펼치며 뛰는 흥미로운 경기다. 나름대로의 조직력을 갖추어 훈련하며 함께하는 고통과 나눔의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부단한 팀워크와 단합된 모습으로 동료와 함께하기에 그 기쁨 또한 배가 된다. 그래서 마라톤과 달리 중도에 포기해서도 안되고 포기할 수 없는 경기가 바로 릴레이마라톤이다.

1990년 경부대역전경주대회 당시 옆구리 통증으로 주저앉고 싶었지만 고통을 참고 1위로 골인한 적이 있다. 풀코스 완주이상으로 고통이 심했지만 내가 포기하면 끌어주고 밀어주던 팀이 무너지기 때문에 참고 완주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는 릴레이마라톤에서 인생과 세상의 일면을 엿보기도 한다. 릴레이마라톤에서는 혼자 잘한다고 우승할 수 없다. 팀 구성원들의 화합과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뒤에는 응원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모노드라마와 달리 잘 뛰는 사람과 뒤 처지는 사람이 함께 손과 발을 맞추어야 한다.

릴레이마라톤은 Fun Run, 즉 ‘즐거운 달리기’다. 완주는 어렵지 않되 마라톤보다 더 스피디한 경쟁으로 달리기의 드라마틱한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굳이 우승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장시간의 고통스런 훈련과 레이스로 얻어지는 팀원간의 화합과 결속, 건강이야말로 우승 이상의 가치가 있다. 아마도 화합과 경쟁이 어우러진 레이스는 릴레이마라톤밖에 없지 않나 싶다.

화(和)를 유달리 강조하는 일본에서 전국 각지의 현이나 시에서 500여개에 가까운 장거리 역전경주와 일반인 대상의 릴레이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또한 오늘날 마라톤 세계강국 일본의 밑거름일 것이다.

릴레이마라톤이 우리사회에 더욱 활성화 돼 작게는 가정과 직장에서, 크게는 한민족 단합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해본다.

●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5)는 92년 2월 일본 벳푸마라톤대회에서 2시간8분47초의 한국기록으로 10년만에 마의 2시간10분대벽을 넘으며 한국마라톤의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6개월 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 1936년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제패 이후 한국마라톤의 반세기 숙원을 푼 살아있는 신화다. 그는 두 차례의 한국기록 경신과 함께 올림픽, 히로시마아시안게임(94년), 하계유니버시아드(91년)를 제패했다.

88년 고교생으로 출전, 5개구간 1위로 우수신인상을 받으며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와 인연을 맺은 황영조는 90, 93년에는 대회 최우수선수상(MVP)를 받았다. 그는 이 대회 구간경쟁에서 16전16승의 경이적인 전승기록을 갖고 있다.

96년 은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황영조는 2000년 12월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선수단 감독으로 부임, 전국체전과 조선, 중앙, 전주 등 마라톤과 하프마라톤 8개 대회 우승을 일궈내 지도자로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선수단 감독

■ 참가신청 벌써 100팀 넘어

“하루에도 몇 번씩 한국일보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대회요강이 나기만을 기다렸어요.”

내달 4일(일요일) 열리는 마라톤동호인들의 큰 잔치 ‘한국일보 릴레이마라톤’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참가 신청한 마라톤동호인이 100여 팀을 넘어서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애타는 기다림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일반마라톤 동호인 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좋아하는 직장, 가족, 친구, 초등학교 동문, 마을주민, ‘여성전사’를 자처하는 여성팀 등 백인백색의 팀들이 참가신청을 했다. 5년째를 맞는 이 대회에 매료돼 ‘개근’하는 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일정을 놓쳐 미처 참가를 못한 중소기업체인 삼원기업의 동호인팀은 대회 요강 개시와 함께 놓칠세라 일착으로 참가신청을 냈다. 남녀혼성으로 출전하는 이 팀의 리더 김영란(50)씨는 “항상 혼자서 힘겹게 뛰다가 바통을 넘기며 어우러져 달리는 릴레이에 참가하게 돼 마냥 마음이 설렌다”고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전한 류광(48)씨 형제자매팀은 “의리 좋은 우리 친형제가 총 출동한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릴레이 마라톤으로 2005년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심프로사단팀은 “동호회의 당당한 부활을 만천하에 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원의 여전사’로 자칭한 수원마라톤동호회 여성팀은 “올해는 꼭 1등으로 결승테이프를 끊어 여전사들의 우먼파워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고 당차게 출사표를 던졌다.

서울-임진각 5개 구간(표 참조)에서 열리는 릴레이 마라톤은 8일 참가신청을 마감한다. 참가신청 및 문의는 http://run.hankooki.com (02)724-2613~6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 달리기 훈련법

달리기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문제는 운동습관과 체력. 마라토너를 초ㆍ중ㆍ고급 자로 구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리 20대청년이라도 일반마라톤보다 더 속도를 내야 하는 릴레이마라톤(6~8km)에 아무런 훈련 없이 뛰어드는 것은 무리다. 반면 중급자 이상이라면 훈련프로그램을 따르지 않더라도 릴레이마라톤을 무난히 해낼 수 있다. 물론 기록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다.

초보자는 우선 부담 없고 안전한 달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무리한 달리기는 심한 근육통 등 ‘마라톤후유증’과 사고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1주일정도 달리기주법으로 빠르게 걷기부터 시작하기를 권고한다. 몸에 익는다면 달리기를 하루 30분에서 1시간정도까지 점점 늘려나가되 1주일에 4일 정도가 적당하다.

달리기는 30분부터 지방이 연소 되고 다이어트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준비운동과 정리운동. 본 운동에 앞서 속보에 이어 관절돌리기,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10~15분 정도 해줘야 심장 등 신체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마라톤을 마친 이후에도 호흡조절과 가볍게 뛰기, 마사지 등의 순으로 신체를 안정화시키는 정리운동(10분 정도)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보자는 입문에 앞서 건강진단을 받는 것도 권장사항이다.

정진황기자 도움말 황규훈 건국대 마라톤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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