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메이커]SM엔터테인먼트 김경욱 대표

입력
2003.12.11 00:00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아니라 BOA가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정상에 오르고 강타가 중국에서 외국인 부문 금상을 받았다는 것이 더 큰 뉴스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인 가수가 일본과 중국의 심장부에 태극기를 꽂은 대사건인데요."국내최대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로 코스닥 등록기업인 SM엔터테인먼트의 김경욱(35·金暻旭) 대표이사는 소속 가수들이 일으키고 있는 한류열풍의 의미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 하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에서 1위가 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문화산업입니다. 정부와 언론이 관심을 갖고 국제감각 있는 프로듀서와 엔터테이너의 육성을 지원해야 합니다. 기술 전수가 안돼 고려청자의 맥을 잇지 못한 것과 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죠. 외국에 진출해 국위를 선양하면 연예인에게도 당연히 운동선수와 같은 병역혜택을 주어 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국 청소년들이 우리 가수들에게 열광하며 가방에 사진과 태극기를 달고 다니는 걸 보면서 전율을 느낀다고 한다. "저들이 커서 소비와 정치의 중심이 될 때 한국이 얼마만큼 득을 볼 것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홍콩 배우들에게 빠져 막연히 중국말이 멋있게 들릴 때가 있었듯이 이제는 그들이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어와 한국 상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소나타가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명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에도 HOT의 공로가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김대표는 이런 이유 때문에 일본은 정부가 수십억원을 들여서 최고가수 '그레이'의 베이징 콘서트를 열었다고 한다.

SM은 90년대 중반부터 HOT를 시작으로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BOA, DANA 등 굵직한 스타들을 만들어 내며 가요계를 주도했다. 그 중에서도 10대 댄스그룹의 원조인 HOT의 탄생과 중국을 휩쓴 한류열풍, BOA의 일본석권은 한국 대중문화에 획을 그은 사건들이다.

설립자인 이수만 프로듀서가 담당하는 아티스트 및 음반 프로듀싱 이외에 기획 캐스팅 교육 유통 홍보 매니지먼트 마케팅등 전 분야를 지휘하고 있는 김대표는 95년 현진영의 로드매니저로 SM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로 인기를 모으던 그가 대마초 사건으로 중도하차 하면서 일이 없어졌다.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다. 아이디어를 찾다가 세계적 보이밴드 '뉴 키즈 온 더 블록'과 일본의 '스마프' 'V6'에 관심을 갖던 중 TV에서 중학생들이 '아이돌'이란 재미동포 2인조의 공연을 부모와 함께 관람하며 열광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중고생들을 위한 또래의 그룹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는 타깃(10대), 이슈(학교폭력 근절)와 멤버별 캐릭터(남성적, 이지적, 터프함, 수줍음, 코믹함)를 가진 10대 그룹을 만들 것을 계획했다. 그리고는 캐스팅에 나섰다.

요즘도 길을 걸으면서 지나가는 청소년은 한명도 빼놓지 않고 보느라 눈이 아프다는 그는 중고생이 모이는 콘서트장과 거리를 뒤지고 학생들을 만나 수소문을 한 끝에 4명을 발굴했다. 1명(토니 안)은 이수만 대표가 미국에서 데려왔다.

결국 HOT는 96년 9월 발표한 '전사의 후예'가 대히트를 치면서 단숨에 청소년의 우상으로 올라섰고, 이에 힘입어 97년 여성 3인조 'SES', 98년 남성 6인조 '신화', 99년 남성 2인조 '플라이 투 더 스카이', 2000년 여성 솔로 'BOA'가 순조롭게 탄생했다. 그리고 2002년 '블랙비트'와 '이삭N지연'이 데뷔해 활동중이다.

BOA는 2001년 일본에 진출한 후 앨범 2장을 각각 130만장과 136만장, 싱글 12장을 포함해 총 500만장 판매를 돌파했으며 두차례 타이틀 곡으로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했다.

2000년 2월 HOT의 베이징 단독 콘서트로 시작된 중국의 한류열풍은 지난해 12월 항저우에서 열린 SM 소속 가수들의 공연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지금 SM은 한국, 일본, 중국에서 동시에 새로운 병기들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5인조 아카펠라 댄스그룹 동방신기(東方神起)와 4인조 록그룹 TRAX가 훈련중이다. 동방신기는 25일 SBS에서 방송되는 성탄 특별프로 '브리티니 스피어스 & 보아' 에 출연해 첫 선을 보일 예정. 일본과 중국 무대를 겨냥해 이름도 한자로 지었는데 김대표는 "지난달 내한한 일본 관계자들이 흥분하고 돌아갔다"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전원 고교생으로 구성되고 모두 리드보컬을 할 가창력을 갖추었다고.

내년에 활동할 TRAX는 방송출연을 삼가고 일본과 한국에서 콘서트만 할 계획. SM은 또 2001년 현지의 'HOT 차이나'와 'SES 차이나' 오디션에서 선발한 중국의 남자 10대 3명을 국내에 데려와 노래 춤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인 2명을 붙여 제2의 HOT를 중국에 진출시키게 된다.

'제2의 SM 프로젝트'는 일본에서 진행중. 일본 현지법인인 SM재팬과 함께 다듬고 있는 보라(16)는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 3개 외국어와 함께 보컬 댄스 연기 워킹훈련을 받고 있다. BOA가 데뷔 후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보라는 일찌감치 중국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어학공부를 시작했다. BOA와는 완전히 다른 '여성적' 캐릭터. 이름을 새로 짓고 현지서 곧바로 데뷔시켜 처음에는 모두 일본가수로 알게 한다는 게 SM의 전략이다.

김대표는 SM이 15억 인구를 가진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 대표기업으로 위치를 굳힌 후 헐리우드로 진출해 미주와 유럽대륙까지 사업을 확장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아시아 문화산업의 세계진출 창구 역할을 하면서 미국의 타임워너나 디즈니 같은 미디어 그룹으로 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음반 불법 유통으로 판매가 불황을 겪어 지난해 350억원의 매출에 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140명까지 됐던 직원도 49명으로 줄인 상태이다. 그러나 김대표는 모바일을 활용한 컨텐츠 시장이 활성화되면 곧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13억명에게 우리 가수의 캐릭터를 500원에 한개씩만 판다고 하면 6,500억원입니다. 그럴 때가 곧 옵니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공사장 인부·영업사원 경험 이벤트 마케팅 승부사 "밑천"

김경욱대표는 말단직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 인천전문대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학생 때부터 이벤트에 관심이 많았다. 자본주의의 치열한 경쟁에서는 제품에 큰 차이가 없다면 광고가 승부를 결정하고, 결국에는 이미지 효과를 위한 이벤트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졸업과 함께 일본 유학을 시도했다. 우리의 경제와 문화가 일본을 그대로 뒤따라 간다는 점에 착안, 일본에 가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없으나 곧 유행할 것을 먼저 배우기로 했다. 비용마련을 위해 공사장 인부로 들어가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비자 문제로 실패했다. 이후 부동산 세일즈, 홈패션과 비디오 유통회사의 영업사원을 하며 인맥관리를 경험했으나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다시 이벤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벤트 전문학원에서 연출·기획을 배우며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하고, 기업들의 이벤트에 아르바이트를 나가 이론에 실전경험을 더했다.

그리고 95년 300여개에 이르는 이벤트사의 명단을 입수해 하루에 10∼20군데씩 전화를 해 자신의 포부를 털어 놓던 중 소규모 이벤트사였던 SM기획과 인연이 닿았다. '이수만'이라는 대표 이름을 보았지만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생각은 못하고 면접장에서 만나 처음 연예인의 얼굴을 보게 되니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그는 이수만을 만난 것을 인생의 최고 행운이라고 말한다. 이수만도 "김경욱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할 정도로 둘은 생각과 일에서 좋은 궁합을 보였다.

김대표는 이제 방학때마다 SM베스트 선발대회를 열어 '노래짱' '춤짱' '외모짱' '개그짱' '악기짱' '연기짱'을 뽑는다. 최근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KBS 드라마 '반올림'의 주인공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고아라, SBS드라마 '흥부네 박터졌네'에 출연하고 있는 김지훈도 이를 통해 데뷔한 행운아이다. 요즘은 토요일 오후 3시에 누구나 청담동 SM 사무실을 찾으면 테스트 받을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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