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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없는 안전한 바다를…/ 어제 위도 서해훼리호 참사 10주기 위령제

입력
2003.10.11 00:00

1993년 10월10일 전북 부안군 위도면 임수도 부근 해상에서 292명이 목숨을 잃은 서해훼리호 참사 10주년을 맞은 위도는 올해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유치 갈등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분위기였다.10일 오전 위도면 진리에 있는 위령탑 앞에서는 유족과 주민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위령제가 열렸다. 위령탑 보존위원회 신명(48) 위원장은 "날씨가 오늘처럼 맑고 잔잔했다면 이런 슬픈 일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희생자 가운데 63명이 얼굴을 맞대던 이웃들이어서 이 가을이 더욱 서럽다"고 애도했다. 행사에는 당시 사고로 9명이 숨졌던 전주시 서서학동사무소 정갑동(57) 동장 등 직원 20명 전원이 참여해 동료들을 기렸으며 부안 군의회 의원 등 지역 인사들도 다수 참여했으나 김종규 부안군수는 불참, 화환으로 대신했다.

10주년 추모행사로 사고 발생 일을 상징해 오전 10시10분에는 위도에서 격포까지 헤엄을 쳐 건너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수영인 10명은 서해훼리호의 기항지인 파장금항을 출발, 격포항까지 19㎞(직선거리 14.4㎞)를 릴레이로 도영했다. 사고 해역인 임수도 부근에서는 국화 다발을 던져 잠시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제도 가졌다. 이들은 15톤 선박에 매단 가로 10m, 세로 5m, 깊이 2m의 그물 철망에서 2㎞ 정도씩 교대로 수영을 해 7시간 후인 오후 5시께 격포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또 이날 위도―격포를 지나는 거의 모든 선박은 사고지점에서 엔진을 끄고 간단한 제사를 지내는 등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번 도영 행사를 주도한 박성수(40·주택공사 전북지사 과장)씨는 위도출신으로 개인혼영 400m 한국기록을 8번이나 갈아치운 수영국가대표 출신이며 사고 당시 가까운 친척들을 잃기도 했다. 박씨는 "참사로 희생된 영혼을 달래고 그날의 악몽을 거울삼아 사고 없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통곡의 섬인 고향이 원전시설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위도 주민들은 1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원전시설 유치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마을 입구에는 '위도 훼리호 참사 10주기 위령제'와 '핵폐기장 건설 반대'라는 플래카드가 나란히 걸려있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진리 서영국(45) 이장은 "새만금사업 등으로 어획량이 줄어 섬 경제가 침체됐는데 원전시설 유치로 골고루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모(75)씨는 "정부가 직접 보상도 해주지 않는데다 어장이 황폐화하는 데 무슨 핵폐기장 건설이냐"며 손사래를 쳤다.

/위도=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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