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게임/ 혼두라

입력
2003.09.03 00:00

일본 게임회사 코나미는 PC와 게임기 분야에서 독특한 분위기의 게임을 만들기로 유명하다. 특히 폭력성 짙은 게임보다 스포츠, 아케이드 분야의 게임으로 명성을 얻었다.코나미도 1980년대 중반에는 전쟁액션게임을 만들었다. 냉전과 영웅주의가 판을 치는 80년대의 분위기에서 전쟁액션은 어떤 종류든 인기를 보장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첫 작품 '그린베레'(1985)의 성공에 고무된 코나미는 '이까리'에서 영감을 얻은 '자칼'(1986)로 게이머들의 눈길을 모았고, 1987년에는 코나미 최고의 전쟁액션 '혼두라'(1987·사진)로 이까리의 신화에 도전했다.

기계와의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가 이 게임의 배경이다. 두 사람의 반란군 전사가 주인공. 이들은 깊은 정글 속에 감춰진 기계 제국의 핵심부로 침투해 들어간다. 전자뇌를 파괴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임무다.

게임의 형식적 구성에서 코나미는 또 하나의 파격을 시도한다. 아래위로 길게 세워진 화면에 좌우 스크롤 방식을 도입한 것. 세워진 화면에서는 상하 스크롤이, TV처럼 눕혀진 화면에선 좌우 스크롤이 정석이다.

상대적으로 배경화면이 좁아 들지만 혼두라는 화면을 상·중·하 3개 층으로 나눠 이 문제를 해결했다. 무기를 든 주인공은 마치 곡예사처럼 위아래를 오가며 적을 상대한다. 캡콤의 아케이드 게임 손손(1984·국내명 '손오공')과 비슷한 구성이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는 대신 조준방향을 바꿔 쏘는 것도 가능하다. 총구가 자동으로 조이스틱 방향을 향하기 때문에 아래에서 윗쪽을, 위에서 아래쪽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 건물 안에 침투하면 좌우 스크롤 화면이 원근 스크롤로 바뀐다. 여기서부터는 각 통로를 지키고 있는 적을 제압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실험적인 게임 구성에 다양한 무기와 경쾌한 진행은 '혼두라 선풍'을 일으켰다. 혼두라를 아직 잊지 못하는 팬이라면 최근 플레이스테이션2로 부활한 '진(眞)혼두라'를 통해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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