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의사회"가 전한 라이베리아 내전/"총알과 콜레라만 그들 기다려"

입력
2003.07.03 00:00

"총을 든 소년들은 마약에 취해 풀린 눈으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거리를 쏘다니다 보이는 것마다 약탈하고 소녀들을 강간한다."(6월 27일) "화장실도, 깨끗한 물이나 휴지 한 장 없는 곳에서 하루 만에 수천명의 환자를 돌봐야 했다."(6월 12일)영국 BBC 방송은 1일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내전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의 한 의사가 보내 온 일기를 통해 참상을 전했다. 톰 퀸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이 의사는 "국제기구 직원들까지 헬기로 탈출하고 있지만, 춤까지 추면서 우리를 환영하는 환자들을 두고 도저히 떠날 수 없다"고 했다.

그가 묘사한 라이베리아는 지옥이나 다름 없다. 그는 "수만 명이 한꺼번에 음식과 숨을 곳을 찾아 몰려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총알과 폭탄 아니면 강간과 콜레라뿐이다"라고 썼다.

의사회 본부에서 보내 온 구호품을 통째로 약탈당하고, 임시로 지은 진료소에서 쫓겨나는 일은 다반사이다. 진료소에는 늘 환자가 넘쳐 화장실은커녕 전염병 환자 격리실도 마련할 공간이 없다. 퀸씨는 특히 "유산탄 등을 맞은 가족이 모두 사지를 잃은 채 실려와 숨진 나머지 가족을 애타게 찾을 때가 가장 가슴 아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왕절개로 쌍둥이가 태어나고,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진료소에서 우연히 만나는 기쁜 순간도 있다. 퀸씨는 "정부군과 반군의 휴전 협정이 무산된 이후 주민들의 얼굴에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최문선기자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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