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친구 김동회씨가 본 "야인시대"/"김두한은 싸움천재… 순간 머리회전 빨라"

입력
2002.10.10 00:00

시청률이 50%에 육박하는 SBS 대하드라마 '야인시대'(극본 이환경, 연출 장형일)에는 논란거리도 많다. 주인공 김두한(안재모)이 실제로 신마적(최철호)과 싸웠는지, 쌍칼(박준규)은 실존 인물이었는지, 하야시(이창훈)가 정말 한국인이었는지 등등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점점 커가고 있다.김두한의 실제 동갑내기 친구로 1939년부터 김두한이 사망한 1972년까지 그와 동고동락했던 김동회(85)씨를 9일 만나 궁금증을 풀어봤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185㎝ 75㎏의 건장한 체격이 눈에 띄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의 어렸을 적 친구로 등장, 한판 대결을 펼쳤던 인물(이일재 분)이 바로 김동회이다.

―김두한과는 어떻게 처음 만나셨습니까.

"22세 때였어요. 고향인 충북 괴산에서 상경해 일본인 상점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던 때였지요. 유도를 배운 제가 처음 승단한 날 축하파티가 서울 관철동의 술집에서 있었는데 그곳에서 김두한 패거리와 한판 붙었습니다. 우리 패가 3, 4명, 김두한 패가 10여 명이었는데 우리가 김두한 부하들을 압도적으로 이겼지요. 그러자 그들이 '오야붕'(대장)인 김두한을 데리고 온 겁니다.

그는 저를 보자 '내가 김두한이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나는 김동회다. 안동 김씨 후손이다'라고 했지요. 그 순간 같은 안동 김씨였던 둘 사이에 뭔가 통했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싸움 대신 술을 마시고 친구가 됐어요. 영화에서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친구였다고 한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김두한의 성품과 싸움실력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김두한은 한마디로 싸움 천재였어요. 우리 같은 유단자가 봐도 탄복할 정도였죠. 주먹 보다 발차기가 특기였는데 한마디로 붕붕 날아다녔으니까요. 물론 첫 인상이 곱지는 않았지만요. 호랑이 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순간적인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거의 드라마 내용과 일치합니다."

―신마적과 구마적(이원종) 뭉치(정소영) 김무옥(이혁재) 등 '야인시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인가요.

"신마적과 구마적 김무옥은 실존인물이지요. 김두한이 신마적과 구마적을 차례로 쓰러뜨린 것도 사실입니다. 신마적은 역부족을 느끼고 기권을 했지요. 특히 보통 사람보다 머리가 2, 3배나 컸던 거구 구마적과 싸울 때는 정말 압권이었어요. 김무옥 역시 유도를 아주 잘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쌍칼과 뭉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에요. 평양박치기도 등장하는데 사실 평양박치기는 시라소니의 별호였지요. 극중에서 김두한으로부터 형님 칭호를 받고 있는 김영태(박영록)라는 인물도 해방 이후에 만난 사람입니다. 지금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드라마에서는 하야시가 한국사람이라는 암시가 있는데요.

"맞아요. 본명이 선우영빈이었어요. 저나 두한이보다 7, 8세 많았는데 참 사람이 괜찮았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일본인 행세를 하고 일본 고관대작과 친하게 지낸 것뿐이지요. 1930년대 중반 내가 유도로 이름을 날리자 자기 휘하로 스카우트해간 사람도 바로 선우 형님이었지요. 해방 직전 그에게서 벗어났지만요."

―김동회라는 인물이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데 섭섭하지 않습니까.

"기분이 안 좋습니다. 지방에 있는 후배들이 전화를 해서 '하야시도 등장하는데 왜 형님은 나오지 않느냐'며 화를 내더군요. 어떤 후배는 이를 따지는 내용증명을 SBS에 보낼 작정이라고 합니다."<제작진에 따르면 김두한의 청년 시절을 다루는 1부 50회 동안 김동회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장군의 아들'과는 달리 김두한의 민족자존심을 중점적으로 다루다 보니 김동회나 김두한의 후계자인 조일환 등 주변인물은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거지패인 정진영(김정민)은 진짜 김두한의 친구였습니까.

"그럼요. 두한이는 물론 저랑도 친했지요. 그러나 1946년 저와 두한이가 출소(두 사람은 성북경찰서에서 아편 밀수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곧바로 풀려났다)해서 보니까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더군요. 좌익인 남로당 전위부대의 책임자였습니다. 출소 후 정진영이 술자리를 마련해줬는데 두한이가 주위를 살피더니 '이 자리를 어서 뜨자'라고 말했지요. 좌익들의 낌새를 알아차린 것이지요. 그 후로 두한이와 정진영은 완전히 갈라섰습니다."

―하야시가 김두한에게 우미관을 맡겼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다만 지금 서울 신세계 백화점 건너편 중앙우체국 자리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었는데 그 관리를 김두한에게 맡겼어요. 당시 그 보관소는 우리 '가다'(어깨) 사이에서 '노다지'라고 불릴 정도로 꽤 수입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만큼 하야시는 김두한을 듬직하게 생각했습니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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