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악보에 새긴 피아니스트의 꿈

입력
1999.12.28 00:00

『비록 앞은 볼 수 없지만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은 들려드릴 수 있어요』2000학년도 숙명여대 특차모집에서 기악과에 합격한 김예지(金叡智·19·사진)양은 피나는 노력으로 신체장애를 극복하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룬 시각장애인이다.

김양은 생후 2년되던 해인 82년 집 문지방에서 떨어져 망막이 찢기는 중상을 입은 뒤 망막변성으로 인해 서서히 시력을 잃기 시작, 초등학교 6학년때 완전히 실명했다.

하지만 김양은 좌절감을 딛고 피아노에 심취, 고등학교 시절 본격적으로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다. 수원대 자동화용접과 교수인 아버지 김진덕(45)씨와 간호사인 어머니 조숙현(44)씨는 딸이 안쓰러워 『다른 공부를 해보라』고 만류했지만 김양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김양은 초등학교 6학년때 장애인 피아노 경진대회에서 대상, 고3때도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타고난 재질을 보였다.

가장 어려운 점은 악보와 교재를 구하는 것. 점자악보가 없어서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귀동냥으로 기술을 배웠고 직접 점자악보를 만들기도 했다. 『교육방송교재를 점자화해 방송을 들으며 공부했어요. 각 대학에서 맹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어요』

모차르트를 좋아한다는 김양은 『혼자 공부를 하다보니 맹인을 위한 체계적인 음악교습법이나 악보, 교재 등이 거의 없었다』며 『훌륭한 피아니스트로 활약하는 것은 물론 맹인음악가를 기르는 교육자로도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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