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아빠·B형 엄마→A형 아기?

입력
1997.08.10 00:00

◎일서 혈액형법칙 뒤엎는 사례 발견자신의 혈액형이 O형인데 B형인 처와의 사이에서 A형의 아기를 낳았다면 상황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같이 「황당한」 사례가 일본 오사카(대판)대 의대 스즈키 고이치(영목광일) 교수팀의 연구에 의해 실제로 확인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혈액형은 A, B, O 등 3종류의 유전자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O형과 B형의 부모사이에서는 O형이나 B형의 아기만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 멘델의 법칙에 따른 지금까지의 혈액형유전 법칙이다. 그러나 스즈키 교수는 최근 연구과정에서 B형의 엄마와 O형의 아빠가 A형의 아기를 낳은 케이스를 발견했다.

DNA 검사결과 아기는 분명히 그 부부의 혈육이었다. 이상히 여겨 부모와 아기의 유전자를 자세히 조사해보니 아기의 A유전자는 부모의 O, B 유전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변조된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A 유전자를 쏙 빼닮은 변형 유전자이다. 이번 경우는 엄마의 체내에서 난자가 만들어지는 동안 B, O의 유전자중 A유전자와 공통적인 부분만이 우연히 조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세 유전자의 배열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즈키 교수는 일본인 171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중 4명으로 부터 이같은 변조 유전자를 발견, 종래의 혈액형 법칙을 뒤엎는 성과를 거뒀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독일의 의학지에 게재됐으며 9월 노르웨이에서 개최되는 국제 법의학 혈액유전자학회에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스즈키 교수는 『원래 인간의 혈액형은 A형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변조에 의해 다른 혈액형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도쿄=김철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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