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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자민련 총재(’97 대선인물)

입력
1997.01.04 00:00

◎“야 후보단일화땐 정권교체 확신”/김씨들의 싸움 이번이 마지막/‘탈당’ 부덕의 소치,대선에 영향은 무슨 영향…/대북문제 호들갑 안돼… 금융실명제 완화돼야□대담=조명구 차장

―새해를 맞는 소감부터 말씀해주십시오.

『금년은 국가적으로 21세기를 열기 위한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해입니다. 여당의 어떤 사람은 「누가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누구를 뽑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정치생활을 매듭짓고 내일을 여는데 기여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해라고 봅니다』

―자민련 탈당사태가 앞으로 국민회의와의 대선공조나 야권후보단일화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이 탈당해 우리당이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대선에 영향을 주고 안주고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영향은 무슨 영향…』

―야권후보가 단일화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까.

『변함없어요. 국민들의 신뢰나 기대를 잃은 집권당에 대해 야당이 후보단일화로 뭉치고 옳은 자세를 보일 때 정권교체가 이룩되리라 확신합니다. 때문에 단일화는 반드시 성사돼야 합니다. 다만 어떻게 성사될 것인가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이루어가야 할 과제입니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된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으로 봐야합니까.

『(단일화가) 진행되는 여하에 따라 시간단축과 지연이 있을 수 있지요. 막판까지도 안되면 선거운동기간에도 계속 추구해야 할 명제입니다. 제 시간을 다 채워서 이룰때까지 계속 추구해 나가야죠』

―김대중 국민회의총재가 16대국회에서 내각제개헌을 검토하겠다고 하는데도 단일화를 이룰 수 있습니까.

『아직 구체적으로 얘기한 바 없습니다. 여러 출처에 의하면 내각제로 정치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데는 양당이 어느정도 공감을 갖고있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우리는 15대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에 이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이고 저쪽은 16대국회에 가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시기적인 괴리는 있어요. 잘 조절해서 상호 신뢰속에서 내각제를 구현하는 연립적인 협력을 추구해 나가야죠』

―야권후보단일화 논의에 앞서 국민회의가 취해야 할 선행조치가 있습니까.

『우선 당의 정강정책이 뚜렷하게 내각제로 바뀌어야 되겠죠. 국민들에게 내각제로 바꾸겠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김대중 총재를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습니까.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지도자에게는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에요. 약속을 어겨도 상관없이 할 건 다 하더라란 식은 이젠 안돼요. 지킬 수 없으면 아예 덤비지를 말아야 합니다』

―김대중 총재로 단일화할 경우 자민련 소속의원 모두 그를 지지할 것으로 보십니까.

『우리당이나 상대당이나 모두 그런점에 대해 걱정하는 소리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 정당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들이죠. 목적성취를 위해서는 이런걸 쌍방이 잘 조절하는 단계를 거쳐 생각들을 귀일시켜야 합니다』

―김종필 총재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홍보할 계획이 있습니까.

『당내 여러 얘기들이 있으나 당차원에서 대통령후보를 선정하는 절차들은 시간을 갖고 다루면서 전당대회에서 결정될 겁니다. 국민회의도 마찬가지예요. 지금부터 독선적인 발언을 계속 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통령제가 당론인 국민회의와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면서 공동집권론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나는 공동집권이란 말을 써본 적이 없어요. 연립이란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국민회의는 국민회의고, 자민련은 자민련으로 이는 연립성격을 의미하는 거예요.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 한국적 정치풍토나 분위기에서는 공동집권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두 김총재가 제3후보를 지원하면 승산이 높다는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쨌든 이번은 현실적인 면에서 김씨들의 싸움이 될 겁니다. 반드시 밟아야 될 과정이고 현실이며 순서예요. 이번에 김씨들끼리 치르게 해놓고 앞으로는 3김 운운하는 것을 끝내야 됩니다. 제3의 사람을 내놓기는 힘들겁니다』

―막판까지 후보단일화가 안되면 독자적으로 출마하실 겁니까.

『그런 경우도 배제할 수 없죠』

―대선막판에 신한국당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그건 그쪽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어요. 내각제에 대한 역사적 당위성과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함께 협력하자면 신한국당과도 안될 이유가 없어요』

―대선의 최대쟁점은 경제난과 남북문제로 요약됩니다. 경제난을 극복할 중·단기 대책을 말씀해주시지요.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이 정부가 경제를 정치논리로 잘못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소(IMD)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을 세계 27위, 정부경쟁력을 34위로 매겼습니다. 이는 정치가 경제에 깊숙히 개입하고, 정치적 시스템의 결함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금융실명제는 정치논리에다 사정논리까지 들어가 경제가 마구 곤두박질치지 않았습니까. 금융실명제는 실명거래를 제외하고 다 풀어주어야 해요. 정치는 정책과 뒷받침에 치중하고, 경제는 경제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국민과 대화해야 하고 행정지도해야 합니다. 우리국민은 겪을 것 다 겪어 정치가 옳게만 이끌어가면 회복할 수 있어요』

―올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시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잠수함사건 나기전에 김대통령의 대북관은 한참 잘못됐어요. 북쪽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해석하면서 이인모 노인을 보내주고 주변에 여과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잠수함사건이 발생하자 180도로 돌아서 극우에 가깝게 강경으로 변하더니 북미협상이 발표되자 만사가 해결된듯 무엇이든 지원하자고 떠들고 있으니 이해가 안돼요. 호들갑떨어선 안됩니다. 시간을 갖고 하나하나 신뢰를 쌓아가고 상대방이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도록 발언도 조심해야 해요. 4·11총선을 보아선 올 대선에서도 남북관계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때 북한군 10여명이 기관총갖고 왔다갔다한 것을 갖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습니까. 집권자들이 조작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정권은 나름대로 일을 많이 했으면서도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개혁은 시간을 갖고 국민 이해하에 더불어 해야 생활화·체질화·토양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독선적이고 일방적으로 소리만 높여 마무리를 짓지 못했어요. 사정문제만해도 벌을 준다고 세상시끄럽게 해놓고 재판 제대로 받았거나, 또 재판받더라도 형기 제대로 마친 사람 어디있습니까. 법치가 아니라 인치입니다. 김대통령은 이제 다른 것을 내놓지말고 지금까지 해온 일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대선에서도 개입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내 대선후보는 신한국당의 절차에 맡기고, 그 다음은 국민에 맡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국민들은 무언가하려고 했던 대통령으로 오래 기억할겁니다』

―전두환·노태우씨의 사면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도 그사람들한테 당한 사람이지만 개인적으로 용서한 지 오래입니다.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남아 있는데 정당대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법부 권위에 맡겨봅시다』

―김총재께서 충청권인사나 가까운 사람들만 감싸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자민련 탈당사태도 그런 맥락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집단탈당한 사람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한 변명에 불과해요. 당대표로서는 집단탈당에 대해 부덕의 소치를 느끼고 있지만 어떤 작용이 있든, 이익을 계산하고 떠났든, 그사람들을 더 이상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마천이 살아있다면 천도시야비야(세상에 정의가 있느냐 없느냐)라고 한탄했을 것입니다』<정리=홍윤오·권혁범 기자>

◎JP의 캠프/대선조직에 신진 대거 참여/‘5·16’ 등 10여개 외곽진영도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그의 화려한 정치경력이 말해주듯이 주변에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우선 당내에서는 정석모 한영수 박철언 부총재 등이 김총재의 핵심진용이다. JP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김용환 사무총장은 대선조직과 당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이정무 총무 안택수 대변인 등도 김총재 지근거리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있다.

원외인사중에서는 이태섭 부총재가 홍보위원장직을 맡아 「파워 JP플랜」의 구체적인 방안을 가다듬고 있고, 조부영 정치발전위원장은 내각제헌법시안 작성 등 김총재를 막후에서 돕고있다. 주양자 여성담당부총재 송업교 정책실장 정원조 기획실장 최인관 비서실차장 등도 「JP캠프」의 핵심인사들이다.

최근 당내에 대선조직들이 발족되면서 「머리를 잘못빌린 대통령」의 저자 김구현씨와 박우순 변호사 조호 의학박사 이동길 아림지업 대표 김용준 치과병원장 이규대 전국4H연맹부총재 오인섭 이북5도경기연합회장 등 신진인사들이 대거참여했다.

여기에 「민족중흥동지회」 「5·16민족상」 「충청향우회」 등 10여개의 외곽조직이 세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민족중흥동지회장인 백남억 전 공화당의장을 비롯 남덕우 전 총리 신직수 전 정보부장 길전식 전 의원 등과 오치성 전 내무장관 이영근 전 의원 이재전 전 성업공사 사장 등 육사 8기 동기생들이 김총재와 가까운 사이다.

또 김재춘 전 정보부장 박기석 전 삼성종합건설 회장 이주일 이석제 전 감사원장 등 「5·16동지」들과 민기식 이세호 전 육군참모총장 김두만·옥만호 전 공군참모총장 함명수 전 해군참모총장 등 군고위장성들과도 허물없이 지낸다.

김동조 전 외무 양찬우 전 내무 윤천주 전 문교 윤주영 전 문공 최영희 전 국방 장예준 전 상공 장덕진 전 농수산장관 김진만 장경순·한병기 전 의원 등도 든든한 배후인맥들이다.

이밖에 시인 조병화 소설가 홍성유 연극인 김동원 장민호 백성희 임영웅 극작가 한운사 유호 차범석 김수현씨 등도 김총재와 자주 어울리는 사이다.<홍윤오 기자>

◎대선 포인트/보수기반 넘어 젊은표 얼마나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5·16이후 지금까지 36년동안 정치역정의 대부분을 권력의 정점에서 제2인자로 활약해왔다. 그는 3·4공시절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는가 하면, 10·26이후에는 부정축재자로 몰려 구금되기도 하는 등 영욕을 겪은 「풍운의 정치인」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그는 박정희정권시절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민주공화당 당의장, 국무총리 등을 지내면서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았다. 박 전대통령과 함께 이른바 「개발시대」를 이끈 주역으로서 최근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로 접어들면서 그의 경륜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풍부한 교양과 다정다감한 인간성도 다른 정치인과 상대적으로 비교되는 JP의 타고난 특장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항상 「구시대 정치인」 「쿠데타 원조」 「중앙정보부 창설자」 「한일굴욕외교 주역」 「부정축재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따라다닌다. 지난날 그의 정치역정은 왜곡된 우리 정치현대사와 맞물려 「순응」과 「변신」이라는 표현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때문에 그는 충청권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만 수도권이나 젊은층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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