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분실 이야기’ PC통신서 큰 인기

입력
1996.11.19 00:00

◎‘무장공비’ 글 썼다 긴급구속뒤 풀려난 김유식씨가 게재경찰 대공분실에서 조사받은 상세한 내용을 PC통신 게시판에 올린 「대공분실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강릉 무장공비사건때 PC통신에 「간첩이 수상하다」는 글을 올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6일 아침 긴급구속 됐다 다음날 풀려난 김유식씨(26).

하이텔에 「김유식의 원조횡수」라는 코너를 갖고있는 김씨는 9일 게시판에 「통신검열철폐…」라는 서론과 함께 「대공분실 이야기 1」을 올렸다. 16일까지 모두 8편의 글을 시리즈로 게재, 구속됐다 풀려날때 까지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긴급구속 배경, 끌려갈때의 과정, 강압적인 조사내용은 물론이고 조사받은 방의 구조까지 그림으로 올려놓았다.

대공분실에서 조사받은 이야기를 대중에 알린다는 것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 표현의 자유를 무한대로 확대시킨 PC통신 덕분에 시시콜콜한 모든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김씨는 무장공비사건이 나던 다음날인 19일 새벽 「어떤 멍청한 무장공비가 총을 버려두고 가는가」 등 6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첫째 무장공비가 맞다, 둘째 조작된 것, 셋째 표류한 잠수정」의 가능성도 덧붙였다.

50쪽이 넘는 이 시리즈에는 「북한주장에 동조했다」는 혐의내용 자백을 강요해 「기가 막히더라」는 내용도 있다. 또 자신은 시위에 참여한적 없고 학생운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놓았다.

「대공분실 이야기」는 하이텔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용자가 찾기 쉽지않은 코너지만 1편이 조회수 1,000을 넘어선것을 비롯해 후속편들도 조회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용감하다 김유식」 「고생많이 했습니다」라는 격려게시물도 올라 있고 전자우편도 매일 20여통씩 받고있다. 격려에 힘입어 토론광장에 「통신검열 철폐와 전자민주주의 사수를 위해」라는 안건을 제청했다.

김씨는 대공분실 수사관이 『안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말라』고 했지만 『통신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밝히면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며 『PC통신은 신문, 방송과 다른 표현의 자유공간이며 이용자가 정보가치를 판단한다. 정부의 규제를 받는다면 제도권 언론과 다를 바가 없게된다』고 덧붙였다.<전국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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