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 예술작품처럼 건축 붐/관람 편리하게 입체·첨단화

입력
1996.06.22 00:00

◎자연채광·차량출입 위한 설계도단순한 전시공간에서 벗어나 첨단건축기법을 도입, 작가와 관람객 중심의 문화공간으로 전시장을 꾸미는 화랑이 늘어나고 있다. 건축에 예술작품의 개념을 적용한 이러한 화랑들은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는 역할도 한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표화랑과 종로구 관훈동 노화랑이 최근 개관한 대표적 첨단화랑건물로 꼽힌다. 또 청담동에 건축되고 있는 샘터화랑은 9월말 완공되며 가나화랑은 97년말까지 관훈동에 첨단전시장을 세운다.

17일 문을 연 노화랑은 국제화랑(91년)과 갤러리현대(95년)의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배병길씨(40·배병길건축연구소대표)의 작품. 대지 27평에 지상 4층으로 지어진 이 화랑의 전시장은 50여평으로 협소하지만 입체적 관람이 가능하다. 중앙대 건축학과와 미국 UCLA건축대학원을 나온 배씨는 『인사동 골목길의 이미지를 좁은 계단으로 연결시키고자 했다』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5일 지하 2층 지상4층(전시장 120평)규모로 문을 연 표화랑의 설계는 김원석씨(시원건축연구소대표)가 맡았다. 93년이후 매년 설치작가들의 작품 오브제로 활용됐던 화랑건물을 헐고 다시 지었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처럼 각 층의 전시장 중앙이 하늘을 향해 뚫려 있어 입체적인 관람이 가능하고 하나의 동선을 따라가기만 해도 전시장을 골고루 둘러볼 수 있다. 철골구조물을 그대로 노출시켜 원시적 느낌을 주는 것도 매력이다.

고 김수근씨가 설계한 동숭동 스페이스샘터의 지점인 청담동 샘터화랑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기존건물을 헐고 지하 1층 지상 7층규모의 새 건물을 짓고 있다. 4층까지 사용하는 전시장은 250여평이며 나머지 5∼7층에는 스카이라인을 살린 일반주택이 들어선다. 설계는 재미건축가 최두남(43)씨가 맡았다. 자연채광으로 그림의 원색을 최대한 살리는데 초점을 두었고 전시장 내부의 계단도 별도의 작품을 전시하는 「윈도 갤러리」로 활용할 계획이다. 1층은 호텔로비처럼 꾸며 휴식공간으로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상문당 뒤편 주차장에 들어설 가나화랑건물은 지하3층 지상6층(연건평 1,000여평). 정기용건축연구소가 설계하는 이 건물은 국내 최초로 작품운반차량이 전시장 내부까지 출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장점. 외국작품의 경우 포장을 뜯는 위치에 따라 보험료의 차이가 나는 것을 고려한 설계이다.

배병길씨는 『화랑건물은 예술품을 담는 그릇인 만큼 효율적인 전시기능과 함께 건축작품으로서의 미학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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