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왕실보물창고 정창원 유물 일·당아닌 통일신라가 만든것”

입력
1996.01.22 00:00

◎고대 최재석교수 저서서 “색채·기법·문양 같다” 주장일본이 자랑하는 나라(나량)의 쇼소인(정창원) 소장유물이 통일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재석고려대명예교수(70)는 최근 발간한 저서 「정창원 소장품과 통일신라」(일지사간)에서 이같이 밝혔다.

쇼소인은 나라의 도다이지(동대사)에 있는 왕실 보물창고. 756년 일왕 쇼무(성무)가 사망한후 왕비가 명복을 빌기 위해 그가 생전에 사용한 숟가락 칼 거울 무기 목칠공예품 등 600여종의 물품을 헌납하면서 만들어졌다. 일본학계는 이곳의 소장품을 일본과 당나라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교수는 2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8,000여점에 이르는 쇼소인 소장유물의 상당수가 색채와 기법, 문양 등을 검토한 결과 통일신라에서 제작된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연구자들에게도 개방되지 않아 정확한 수량이 파악되지 않은 쇼소인의 굳게 닫힌 창고문을 여는 「비밀의 열쇠」로 최교수는 15가지 사실에 주목했다. 즉 ▲8세기 일본의 미술공예품 제작능력 ▲각종 공예품에 사용된 색료의 생산지 ▲일본의 조선·항해기술 수준 ▲일본이 구입한 신라물품의 내용 등이다.

최교수는 당시 일본이 항해술­조선술의 낙후로 인해 동북아의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통일신라의 도움없이는 당과 교류할 수 없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그동안 출토된 통일신라의 유물중 금동가위, 금동향로, 식기류, 자물쇠, 유리병, 나무빗 등이 쇼소인의 유물과 거의 동일하거나 흡사한 점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최교수의 원래 전공은 사회학. 83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17세기 중엽까지는 아들 딸 차별이 없었다는 주장을 담은 「한국가족제도사연구」를 출간, 화제를 모았다. 90년부터 한일고대사 연구에 주력해온 최교수는 정년퇴임한 91년 이후 한일고대사에 관한 저서 4권을 잇달아 내는 등 「사학으로의 외유」를 계속하고 있다.<박천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