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 대우에 당국감독도 부재/여 기술학원 방화/운영실태와 문제점

입력
1995.08.22 00:00

◎교육내용 부실 자립취지 못살려/선도대신 사회악전수 역기능도경기도여자기술학원 방화사건은 윤락여성들의 보호선도라는 본래 목적과는 동떨어진 강제수용시설의 폐쇄적 운영과 갖가지 인권유린, 이에 대한 당국의 감독 부재가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현재 윤락여성들의 보호선도시설은 경기도여자기술학원과 인천 산곡동 소재 협성여자기술 양성원등 전국에 2곳뿐이다. 윤락행위등방지법에 의해 상습 윤락행위자나 그 우려가 현저한 여성들이 입소대상으로 돼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 도 조례만을 근거로 가출소녀등까지 무원칙하게 수용,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난85년 원생 48명탈주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 시립동부 여자기술원은 이런 문제점에 따른 인권유린 시비로 지난해 7월 폐쇄됐다.

30%정도의 윤락녀 외에 원생의 70%가 부모의 강요에 의해 들어온 가출·본드흡입소녀들인 이들 원생들에게 학원측은 형편없는 시설에다 부실한 교육내용으로 동료원생들로부터 오히려 사회악을 학습받는 역기능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설은 탈출을 막기 위해 모두 방마다 쇠창살로 막고 학원담장은 철조망을 설치했으며 주요 지점에는 전자감응장치등 2중 3중의 감시체계가 돼 있다. 원생들은 편지를 검열 받아야하며 면회도 제한되는등 교도소를 방불케하는 통제가 가해졌다.

반복되는 단순한 교육프로그램은 수용이전의 방탕한 생활에 길들여진 소녀들을 교정하기는 커녕 틈만나면 탈출을 기도하게 만들고 자신들을 학원에 반강제로 맡겨버린 부모에 대한 반항심을 키우게 만들었다. 더구나 기술원측은 원생 개개인의 경력을 고려하지 않고 숙소를 배정, 윤락녀와 가출소녀간에 파벌이 조성돼 집단패싸움까지 흔히 벌어지기도 했다. 원생 김모(18)양의 어머니 백모(46·서울 서대문구 노고산동)씨는 『선배 원생들이 뒤늦게 들어온 딸을 구타해 다리에 피멍이 든 것을 면회때 보았다』고 말했다. 원생 이모(18)양은 『밤이 되면 감옥같은 방분위기에 늘 억눌려 왔다』며 『마지못해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언제나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경기도 여자기술학원에서는 지난해 1월18일 원생 20여명이 욕설 구타등 가혹행위에 반발, 기숙사 커튼에 불을 지르고 탈출을 기도했다가 이중 6명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생들은 지난 92년 9명, 93년 3명, 95년 5명, 올해도 2명의 공식 탈출자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동료들이 강제수용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같은 알맹이 없는 교육으로 퇴소한 원생들은 대부분이 자립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다시 가출하거나 사창가를 헤매게 된다. 한때 원생들중 이용교육 이수자들이 퇴폐이발소 종업원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많다는 지적이 높자 경기도 여자기술학원은 지난 85년 이용과를 교육과목에서 폐지했다. 일부 윤락녀 출신 원생은 퇴소하자마자 정문에서 기다리는 포주에 끌려 다시 사창가로 직행하기도 한다.

교정전문가들은 『시대상황과 동떨어진 운영방식으로 윤락, 가출여성의 교화는 불가능하다』며 『당국의 관심과 철저한 지도감독은 물론 내실있는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특별취재반> ◎윤락·가출 부녀자 직업훈련 시설/경기도 여자기술학원 어떤곳/62년이후 5천명 거쳐… 현재 종교재단 운영/외부와 차단된 감금생활 탈출기도 잇달아

경기도 여자기술학원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단속된 윤락여성과 가출소녀등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시키는 부녀직업보도시설이다.

지난 62년 서울 중랑구 상봉동에 있던 국립부녀보호소를 경기도가 인수, 도립부녀보호소로 운영해오다 69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뒤 83년부터 사회복지법인 대한예수교 장로회총회 자선사업재단에서 운영을 맡아왔다. 경기도는 91년말 경기 용인군 구성면 마북리 현재의 위치에 도비 26억원을 들여 기술학원을 신축, 이전했다.

기술학원 입소대상은 윤락행위등 방지법을 상습적으로 위반 했거나 윤락행위 가능성이 높은 여성으로 돼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원생이 경찰의 윤락가 일제단속시 적발됐거나 가출후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을 부모가 데려온 경우다. 이곳에 수용된 원생들은 거의가 미성년자. 21일 현재 수용돼있던 원생 1백37명 가운데 48명이 15세이하이고 16∼20세가 88명, 21세이상은 7명에 불과하다. 입소전 직업은 술집등 유흥업소 종업원이 대부분이었고 윤락여성이었다고 밝힌 경우는 단 8명뿐이었다.

지난 62년이후 지난해말까지 이곳을 거쳐간 인원은 공식적으로 4천9백85명. 이가운데 1천18명은 미용 양재 자수 요리 한복 이용분야에서 자격증을 취득했다. 학원측은 원생들의 종교에 관계없이 아침·저녁 예배시간을 정해두고 모든 원생들에게 신앙교육과 정신교육을 시켜왔다. 교육과정은 1년이었지만 지난해 1월 18일 원생들의 방화탈출 기도사건후 10개월로 단축됐다. 원생들의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는 이유로 학원측은 「중간의 집」을 개설, 현재 50여명이 공식 교육과정 10개월을 넘겨 교육을 받고 있는데 원생들은 학원측이 원생 1인당 연간 3백만원씩 지급되는 지원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장기간 붙들어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욕설과 구타가 만연돼 있었다고 원생들은 말하고 있다. 학원담장에는 철조망과 전자감응식 장치가 설치돼있고 기숙사 각 방마다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원생들은 편지도 검열을 받아야 부칠 수 있는등 외부와 철저히 차단돼 있다. 탈출을 시도하다 적발되면 머리를 깎이고 온몸을 구타당하는 것이 통례였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학원은 사실상 감옥과 다름없어 원생들과 이곳을 거쳐간 윤락녀들은 가혹행위를 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했다고 주장, 자주 진정을 냈다. 윤락녀들 사이에 이곳은 「학교」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실제로는 교도소 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고 한 원생은 전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학원내의 각종 인권유린 사례가 전달돼도 종교단체의 자선사업재단이 운영을 맡고 있다는 이유로 매년 한차례씩 형식적인 지도점검에 그쳐 이곳의 상황을 오히려 더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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