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과학두뇌」 보호도 중요한 병역자원/이구철(월요논단)

입력
1993.11.08 00:00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고 미적분학을 만든것은 유행병을 피하여 고향에 돌아왔던 22살의 케임브리지 대학생때였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빛 양자이론(노벨상수상업적)의 논문을 발표한 때는 박사학위도 받기전인 26살때였다. 동양사람으로 처음 노벨상을 탄 이웃 일본의 유가와도 그의 수상업적인 중간자 이론을 발표한것은 1934년 27살때였다. 물리학계에는 공공연히 떠도는 속담이 있다. 20대에 위대한 업적을 내지 못한다면 혁명적인 새 이론을 기대할 수 없다는것이다. 물리학의 역사는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또 오늘날도 이 속담은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젊은이에게서 노벨상감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얼마전 우리별 2호를 뛰운 젊은 과학도들이 병역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한국일보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의 젊은 과학도에게 숨막히는 현실은 열악한 교육과 연구환경말고도 병역문제라고 할수있다. 역대 정권은 나름대로 인재양성의 측면에서 병역제도를 운영해 왔다. 남북대치의 냉전시대에도 학적보유자에게 또는 유학생에게 배려를 해 주었다. 그런데 오늘의 병역제도는 과학도에게는 최악의 상태로 후퇴하고 있다.

 최근까지 운영되던 속칭 석사장교제도가 폐지되면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는 학내 연구소에 몇자리씩 나눠 준 병역특례제도가 고작이고 이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있다. 연구소가 없는 대학이나 해외유학생에게는 그나마의 특례도 없다. 박사학위 과정인 경우 27세까지만 징집을 연기해주고 현역대상자는 곧 징집된다. 방산업체나 특례 연구기관에서 5년 근무로 현역복무를 대신 할 수 있다하나 국내외 박사의 다양한 전공분야와 특례기관의 요구는 일치하기 어렵고 그나마 한자리 얻게 된다 하여도 자기의 전공을 5년간이나 희생시키면서 의욕없는 복무를 한다는것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잃는것이 너무 큰것이다. 차라리 현역 복무를 자원하겠다는 실정이다.

 일제말기의 미치광이 일본군벌이 17살의 소년병을 모집하고 대학생을 학병으로 뽑아 본토방어의 총알받이로 전선에 내보낼 때에도 이공계학생은 학병을 면제 해 주었다. 그들도 이공계 학생은 소총잡이보다는 달리 전쟁에 이바지할수 있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던것이다. 하기는 그들도 이미「제로」라는 우수한 전투기를 생산했고 전략적 오판이긴 했지만 세계최초의 18인치의 거포를 장착한 신예전함「야마토」와「무사시」를 건조한 과학 기술 대국이었던것이다.

 글리크가 지은「천재 파인만」(파인만 전기)에 의하면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 미국에는 약 7천여명의 물리학자가 있었는데 그 4분의 1이 이미 각종 연구소에서 국방 과학 연구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베테,파인만,슈빙거등 세계 최고의 젊은 두뇌들이 여기에 들어 있다. 그들은 포탄이 장갑 철판을 뚫는 충격파의 연구에서부터 레이다의 개발,원자폭탄의 제조에 이르는 갖가지 연구를 수행하였다. 일본 해군의 암호를 해독한 미 해군 정보부의 위업은 사실은 이 세기의 대 수학자 폰 노이만을 비롯한 세계 최고의 두뇌들의 덕분이었다. 미국의 과학두뇌가 일본의 과학두뇌를 이긴것이다. 그들은 전쟁이 나자 일선에 나간 예비역 병사보다 수십배의 공헌을 한것이다.

 몇년전 걸프전쟁에서 보았듯이 앞으로의 전쟁은 더더욱 경제력과 하이테크에 의해 판가름 나게 된다. 우리가 부자나라가 되려면 과학 기술 발전밖에는 매 달릴 곳이 없다. 우리의 가장 두려운 경쟁국중 하나인 중국도 대학생에게 병역을 면제해주고 있다(천안문사태이후 북경대학생에게만 과하던 1년간 병역의무도 올해부터 해제하였다 한다). 

 가장 창조적인 두뇌활동을 하는 20대의 과학도에게 오늘과 같은 병역의무를 과한다면 우리 젊은이에게서 노벨상감은 어림도 없고 우리는 중국도 따라 잡지 못하는 과학 후진국이 될것이다. 병역자원이 남아 돌아서 온갖 잡무에 병역을 대치해주는 마당이므로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무조건 병역을 면제해주라고 제언한다. 그들의 녹슬지 않은 두뇌 그 자체가 유사시에 동원할수있는 가장 흘륭한 예비역이기 때문이다.<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