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회견실 돌연 증발/김복동의원

입력
1992.11.18 00:00

◎“대구 IC서 청년들이 데려가”/“형과 함께있다” 지구당에 전화… 상경한듯【대구=임재만·김동영·유명상·이상곤기자】 민자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서울에서 지역구인 대구 동갑 지구당으로 간 것으로 알려진 김복동의원(60)이 17일 하오 경부고속도로 동대구 톨게이트 인근서 경찰 등 기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다른 차에 태워진채 어디론가 사라져 그 배경에 외압 등 정치적 복선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의 지구당 간부들과 가족들에 의하면 김 의원은 둘째 형인 김익동 경북대 총장과 함께 서울로 간 것으로 전해졌으나 18일 0시 현재 서울의 김 의원 집에는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김 의원의 행방을 둘러싸고 추측이 엇갈리고 있다.

김 의원의 운전사 이상교씨(34)에 의하면 이날 하오 4시20분께 김 의원,김 의원 수행비서 김진양씨(36)와 함께 자신의 친척소유 쏘나타 승용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오 7시30분께 대구 동대구 톨게이트를 벗어나 호남 주유소 앞쪽에 이르렀을때 사복경찰 등으로 보이는 30∼40명이 차를 에워싸고 그중 1명이 김 의원에게 다가와 『회장님을 모시겠으니 내려달라』며 차에서 내리게 한뒤 옆에 대기시켜 놓았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태우고 톨게이트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씨는 경찰 봉고승합차가 주변에 있었던 점으로 보아 김 의원을 데려간 사람들이 경찰 등으로 추정된다며 『이들이 무전으로 「다시 상경하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롤게이트 일대엔 문제의 승용차가 대구 동부경찰서 소속 대구5 라2691 미니버스(봉고) 등 차량 14대와 전경 18명,기관원 등으로 보이는 사람 등 30∼40명이 있었다는 것.

김 의원은 이날 상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국제문화연구소에 있던 중 자신의 수행비서 등 2명과 함께 자신의 국민당 입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기위해 대구로 내려오던 중이었다.

한편 이날 김 의원 지구당의 사무국장 이규락씨(60)는 하오 8시35분께 김 의원으로부터 『형인 김익동총장과 같이 있으며 가족들과 상의없이 혼자 결정한 일이나 형과 계속 논의중』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의원의 형인 김익동총장은 이날 하오 8시30분께 대구 동구 삼덕동 총장 관사로 카폰을 통해 부인 김정숙씨(60)에게 『동생과 같이 있으니 안심하라. 서울로 가는 중』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의 운전기사 이씨와 수행비서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 시간보다 1시간 늦은 하오 8시5분께 대구 동구 신천4동 민자당 대구 동구갑 지구당 사무실에 도착,『아직은 무어라 말할 수 없으나 김 의원이 기관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 의해 납치됐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당시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씨는 『당시 김 의원이 입고있던 점퍼를 양복으로 갈아입으며 우리들에게 「괜찮다」고 말한뒤 3175번호의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에 옮겨타고 다시 톨게이트를 통해 고속도로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날 지구당 사무실에 있던 1백여명의 당원들은 『김 의원이 납치됐다』는 운전기사 이씨의 얘기를 듣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흥분,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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