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39도 '뜨거운 욕조'된 아마존강... 돌고래 100여 마리 떼 죽음

2023.10.01 13:30

브라질 아마존에서 강돌고래 1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폭염과 가뭄 등 브라질을 덮친 이상기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사회기구 마미라우아 지속가능발전연구소(IDSM)는 최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서쪽으로 약 520㎞ 떨어진 테페 호수에서 강돌고래 10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아마존 강돌고래는 길이 2~2.5m, 무게는 85~185㎏에 달해 강돌고래 가운데 가장 큰 종으로 알려졌다. 집단 폐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 전역을 휩쓴 폭염과 가뭄 등 극단기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양 플레이스시망 IDSM 연구원은 "9월 28일 오후 6시 기준 테페 호수 수온은 섭씨 39도를 웃돌았다"며 "이는 엄청나게 뜨거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수온이 37도를 넘을 경우, 사실상 '뜨거운 욕조'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마존강 수심은 지난 2주간 하루 30㎝씩 급격히 얕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엘니뇨 현상이 동반된 가뭄 탓이다. 평년 이맘때 마나우스 지역 평균 수위는 우기 대비 4.4m 아래로 떨어지는데, 올해는 그 차이가 7.4m나 됐다고 한다.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9월 테페 지역 강우량은 평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아마조나스주에 거주하는 영국 출신 연구원 다니엘 트레지드고는 "지난 한 달 테페는 마치 공상과학(SF) 기후변화 시나리오 같았다"며 "한 마리의 죽음을 알게 되는 건 그저 슬픈 일이지만, 가뭄으로 100여 마리의 사체를 무더기로 봐야만 한다는 건 비극"이라고 지적했다. 핑크돌고래로도 불리는 강돌고래는 멸종 위기종으로, 강의 수질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표 역할을 해 왔다. 미라아나 파스쇼알리니 프리아스세계자연기금(WWF) 연구원은 "아마존 강돌고래는 수력발전소와 수은 공해, 인간과의 충돌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돼 왔다"며 "이제는 기후변화의 결과에 더욱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총알 한 발도 우크라 못 줘"… '친러 새 총리' 맞는 슬로바키아, 유럽에 균열 낼까

슬로바키아 전직 총리이자 '친(親)러시아' 정치인인 로베르트 피초(59)가 또다시 총리직을 꿰찰 가능성이 커졌다. 그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MER SD·스메르)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6~2010년, 2012~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리를 지낸 피초 전 총리의 '화려한 귀환'인 셈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엔 대형 악재다. 친러 성향인 피초 전 총리는 유세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공언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인도적 지원의 장기화로 피로도가 높아진 주변국의 '변심'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일 슬로바키아 언론 슬로박스펙테이터 등에 따르면, 스메르는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22.94%를 기록하며 의회 150석 중 42석을 차지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연립정부 구성이 필요하다. 슬로바키아 언론들은 스메르가 2020년 이 당에서 분리된 '목소리 사회민주당'(HLAS SD·흘라스) 등과 연정을 꾸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흘라스는 14.70%(27석)를 득표했다. 슬로바키아 현 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반면,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 나치주의자와 파시스트의 도발이 러시아의 침공을 자초했다"는 러시아 측 논리를 따르고 있다. 실제로 "(집권하면) 단 한 발의 총알도 (우크라이나와 접한) 슬로바키아 동부 국경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선거 결과 확인 후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앞으로)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도우파 정당인 '올라노'가 주도하는 현 슬로바키아 정부가 미그 전투기, S-300 지대공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해 온 것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슬로바키아 차기 정부의 입장 변화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피초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제3차 세계대전 시작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 전선에도 균열을 낼 가능성이 크다. 피초 전 총리는 유럽 내 친러 인사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도 친밀하다. 다만 연정 구성 과정이 변수다. 어떤 정당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외교적 선명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슬로바키아로선 EU 기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선거 유세 과정에서 보였던 친러 성향을 무작정 고수하긴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도 아웃" 외치던 친중 야당 후보, 몰디브 대통령 됐다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중국 성향의 야당 후보가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해온 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번 대선은 몰디브에서 영향력 경쟁을 벌여온 중국과 인도의 대결로도 주목 받았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FP통신,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몰디브 대선 결선 투표에서 야권인 진보당(PPM)-국민의회(PNC) 연합의 모하메드 무이주(45) 후보가 54%를 얻어, 현 대통령인 몰디브민주당(MDP)의 이브라힘 솔리(61)를 8%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달 9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무이즈 후보가 46%, 솔리 대통령은 39%를 얻어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두 후보는 이날 결선투표를 벌였다. 솔리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무이주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며 "평화롭고 민주적인 과정을 보여준 국민도 축하한다"고 밝히며 패배를 인정했다. 무이즈 당선자는 승리를 선언한 후 지지자들에게 "국민은 번영과 국가 주권 보장을 바라는 크고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토목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무이즈 당선자는 과거 민간 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2021년 몰디브 수도 말레 시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선 결과로 몰디브의 외교 정책은 중국 쪽으로 재차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 임기 동안 인도와 서방에 친화적인 정책을 제시해 온 솔리 대통령과 달리, 무이주 당선자는 중국과 가까운 관계를 맺기를 선호한다. 무이주 당선자는 아예 '인도 아웃(India out)'이란 대선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중국과 인도의 대리전으로 불렀던 이유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이번 대선은 몰디브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던 중국과 인도 중 어느 나라와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지에 대한 국민 투표였다"며 "친중 후보 승리로 인도와의 관계가 뒤바뀌게됐다"고 전했다. 무이즈 당선자는 오는 11월 17일 취임한다.

우크라 점령지서 ‘징집’한다는 러시아… “전선엔 안 보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올해 가을부터 점령지 주민들도 징집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올해 10월 1일부터 러시아 연방 전역에서 가을 징집이 시작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13만 명의 신규 병사를 소집하는 이번 징집에는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자국 땅으로 강제 편입한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도 포함된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덧붙였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같은 해 9월 이들 점령지에서 닷새간 주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87~99%의 압도적 찬성으로 러시아 합병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개 점령지 대표와 영토 병합을 위한 조약을 체결했지만,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점령지에 남은 주민들은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지지 세력으로 나뉘어 있다고 프랑스24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징집이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와 올해 봄 징병에서는 대상이 아니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이번에 징집되는 병사들은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침랸스키 러시아군 총참모부 주요 조직 및 동원 국장은 “징병된 장병들을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인민공화국, 헤르손, 자포리자 지역의 러시아 연방군 배치 지점이나 ‘특수군사작전’ 임무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군사작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컫는 용어다. 푸틴 대통령은 30일 공개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 1주년 기념 영상 연설에서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4개 지역의 러시아 연방 편입이 정당하다고 재차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1년 전 역사적 주민투표를 통해 (점령지) 주민들은 러시아와 함께하겠다는 뜻을 다시금 표현하고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