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세상을 보는 균형

유시민 "이재명 위기, 2030男 책임… 펨코는 쓰레기"

2023.09.26 17:20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된 책임을 2030 남성들에게 돌린 공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권은 유 전 이사장이 청년 남성에 모든 책임을 떠안기며 세대와 성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22일 노무현재단 유튜브에 공개된 '불어온다, 청년의 바람'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을 언급하며 "요즘은 청년들이 기분 나빠할 수 있는 말을 1도 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지만 2030 남자 유권자들, 그대들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고 말하고 싶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쓴 '양두구육(羊頭拘肉·양머리를 내걸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사자성어를 거론했다. 그는 "양 머리 걸어 놔서 개고기인지 몰랐다는 것 아니냐. 지금은 양고기가 아니라는 걸 다 알게 됐다. 이준석 전 대표가 개고기 팔았다고 본인이 바로 얘기를 했다"며 "개고기를 구입한 사람들이 속았다는 것을 알면 이제는 (현 정권을) 응징해야 하지 않나, 이제는 깨어나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라"고 2030 남성들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이사장은 "2030 여성 유권자는 지난 대선 때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며 "여자들이 나라를 구하지 않으면 진짜 위험하다"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2030 남성에 군 입대와 취업난 등에 대한 불만으로 윤석열 정부를 지지한 데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기성세대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20대 젊은이들도 책임이 있다"며 "불만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제시하고, 그래도 기성세대가 부당하게 안 들어주면 돌 들고, 화염병 들고 정부종합청사, 민주당사에 던지라"고 했다. 이어 "우리도 다 돌 들고 화염병 들어 세상이 바뀐 것이고, 그렇게 해서 세상은 자꾸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30 남성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에펨코리아(펨코)'도 강하게 비난했다. 유 전 이사장은 "문이 달려 있지 않은 쓰레기통 또는 재래식 화장실"이라며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정치인들이 가서 대화를 시도했지만 대화가 안 됐지 않나, 안 놀아주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이거 듣고 '우리 보고 쓰레기라고? (할 텐데) 나는 '니들 쓰레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조롱했다. 유 전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담긴 영상은 해당 내용을 요약한 '쇼츠(60초 이내의 짧은 영상)'에 이 대표가 '좋아요'를 누르며 급속히 확산했다. 유 전 이사장은 해당 영상에서 "구치소에 간다 해도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 안 된다. 굳세어라 재명아"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치권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청년들을 모욕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직도 화염병 던지던 청춘을 회고하니 절망적"이라며 "사회경제적 하강의 시대, 초경쟁이 일상화된 시대, 온라인이 일상의 공간이 된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맥락을 단숨에 소거하고, 하물며 그 시대적 맥락에 일조해 온 세대로서 송구하다는 말은 못 할망정 훈계나 하는 그 꼰대력에 감탄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이런 참담한 모욕을 해놓고 그 당을 찍어주길 바란다면 염치가 없는 것"이라며 "유시민 작가에게는 더 이상 자유주의자의 면모가 1도 남아있지 않으며, 그저 세상을 향해 오호통재라 외치는 '노잼 운동권 중년'만 보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도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유 전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전형적인 민주당 어르신 꼰대의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권지웅 전 민주당 비대위원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 2030 남성이 책임이 있다, 좀 더 가면 윤석열 정부를 찍은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라며 "윤 대통령을 찍고 지금 후회하는 국민들이 민주당으로 마음을 돌리는 게 아니라 등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새 원내대표 홍익표… "가결표 던진 의원들 책임져야"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3선 홍익표(56·서울 중·성동갑) 의원이 26일 선출됐다. 범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홍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르면서 친명계의 당권 장악이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당선 후 일성으로 당의 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시사했다. 이날 선거는 우원식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홍익표·김민석·남인순 의원 3파전 구도로 치러졌다. 1차 투표에서 김 의원이 떨어졌고, 홍 의원이 결선 투표에서 과반을 얻어 남 의원을 제쳤다. 비이재명(비명)계 초선 의원은 "유일하게 통합을 내세운 남 의원이 비명계 중심의 조직표를 받았지만 중립지대 의원들을 끌어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친이재명(친명)계 초선 의원은 "가장 중요한 투표 전략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이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친명계와 비명계가 이번에도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민주당이 하나의 팀이 돼서 이 대표와 함께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힘을, 동력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보다 희생하는 자리에는 제가 제일 먼저, 그리고 여러분들에게 그 결과가, 값진 결과가 내년 총선에서 있을 수 있도록 제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결정 과정에서는 원칙과 기준을 갖고 민주성과 다양성의 바탕에서 결정하고,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그리고 유능하게 관리해 내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영장이)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결과에 따라 당 차원에서 상당히 비상한 각오로 싸워나갈 준비도 하겠다"며 "만약 내일 기각돼서 (이 대표를) 뵙는다면 앞으로 당 운영과 관련해서 이 대표와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이 대표 중심으로 선거를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으로 기존 원내지도부가 물러나면서 치러졌다. 이와 관련 홍 원내대표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에 대한 처분을 당 윤리심판원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명계 초선의원은 "선거에 앞서 초·재선 의원 30여 명이 홍 의원에게 '가결파'에 대한 처분 계획을 물었고, 홍 의원이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한다고 밝혀서 투표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당연히 자신의 정치적 선택에 대한 민주성과 자율성은 보장돼야 하지만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여관계와 관련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가 변한다면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면서 "언제든지 정부정책에 대해서 지혜를 모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강민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신임 홍 원내대표가 '제1야당의 원내대표'라는 자리의 무게를 엄중히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행보로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원했지만, 이후에는 범친명 인사로 분류돼 왔다. 앞서 4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비이재명계 박광온 의원(전 원내대표)에게 밀려 낙선했다.

'범친명' 3선 홍익표,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에 범친이재명계 3선 홍익표(56·서울 중·성동갑) 의원이 26일 선출됐다. 홍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 보궐선거 결선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남인순(3선·서울 송파병)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홍 의원과 남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김민석(3선·서울 영등포을) 의원을 제치고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홍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이재명 대표께서 건강이 어려운 가운데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시간에 선거를 한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다"며 "그런 만큼 당대표님의 기각을 기원하면서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 한 분 한 분과 잘 상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제 민주당은 하나의 원팀"이라며 "총선에서 값진 결과가 있도록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당시 비이재명계 박광온 의원(전 원내대표)에 밀려 낙선했다.

尹 "북한, 핵 사용하면 정권 종식시킬 것"… 10년 만의 시가행진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26일 서울 도심에서 국군 병력이 참가한 시가행진이 10년 만에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 이어 오후 시가행진에도 직접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육해공군 장병들을 향해 '북한 종말'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앞서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핵 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보조를 맞춰 윤 대통령이 전군을 향해 김정은 정권에 맞선 대적관을 부각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한미동맹과 우리 군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 비교하면 발언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올 들어 '북한 정권 종말'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4월 '워싱턴 선언'의 후속조치로 7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에서 양국 대표단을 격려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이 핵 공격을 하면 정권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듯이, 북한이 핵 사용에 대해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핵 기반의 한미동맹으로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 부산에 기항한 미 핵추진잠수함 켄터키함(SSBN 737)에 승선하기 전에는 “북한이 핵 도발을 꿈꿀 수 없게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달 유엔총회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기 앞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미 양국은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한미의 즉각적·압도적·결정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워싱턴 선언과 함께 지난달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한미일 협력체계는 북핵 억지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대북 강경대응의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이날 시가행진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열렸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해 장병, 국민들과 함께 지켜봤다. 숭례문에서부터 광화문 일대까지 진행된 시가행진에는 육해공 각군 장병 4,000여 명과 장비 170여 대, 주한미군 전투부대 병력 300여 명이 투입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여러분의 위풍당당한 행진을 보고 여러분을 신뢰하고 우리 안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을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국군 장병을 믿고 언제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