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시장 안 나가… 정권 교체 위해 귀국"

2020.10.22 20:00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이미지 조작의 희생자”라는 말을 반복했다. 수많은 정치적 결단을 해왔음에도 주저하고 유약하다는 이미지가 퍼졌고, 지난 대선 드루킹 댓글 조작에서도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또 망설이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터였다. 예단을 반성하며, 명료하게 물었다. -내년 보궐선거에 출마하나. “생각이 없다고 여러 번 말했다.” -주변에선 아주 없는 건 아니라 해서(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했었다). 12월에 입장을 밝힌다는 것 아니었나. “본인들 희망사항이다. 12월을 언급한 것은, 국민의당이 재보궐선거를 어떻게 치를 건지 전반적인 고민을 이야기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절대 안 나온다는 건가. “그렇다.” -이유는. “서울시장이 바꿀 수 있는 것과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범위가 다르다. 현 정권의 아마추어적인 정책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고 대한민국 미래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정권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다.” -서울시장을 먼저 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물을 수도 있다. 왜 꼭 서울시장을 해야 하냐고.” -행정경험이나 인지도, 지지기반 등 중요한 자산이 되지 않나. “선택과 판단의 문제다. 지금 정권교체가 되지 않으면 나락으로 떨어지겠다는 위기감이 있다. 그것 때문에 ‘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는 책을 마무리하고 올 초 유럽에서 귀국한 것이다.” -그럼 대선으로 바로 가나. “대선도 자기 하고 싶다고 나올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선 후보야말로 국민적으로 인정받지 않으면 출마 자체를 할 수 없다. 예전에도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이면 그게 쌓여서 (국민이) 대선 출마 자격을 부여했다.” -국민의힘은 줄곧 안 대표와 연대 의사를 비친다. 하지만 안 대표는 통합보다 중요한 게 국민 지지기반을 넓히는 것이라 했다. “어차피 지는 길로 갈 수는 없으니.” -지지기반을 넓히고 프레임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유튜브를 활용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의 대담 세 편이 합쳐서 200만 뷰가 넘었다. 정치 쪽은 20만 뷰만 넘어도 엄청 높은 건데 기대 이상이다. 또 당 최고위원 회의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기사 분량이 의석 수에 비례해 할당되는 게 관행이라 그걸 극복하기 위해 같은 주장이라도 적절한 비유, 다른 포인트, 해법들을 고민한다. 그 결과인지 최고위원 회의를 열 때마다 메시지를 내면 많이 본 뉴스 10위 안에는 항상 들어간다.” -문재인 정부 비판을 세게 해서 주목도가 높은 것은 아닐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나. “저도 고민스러운 게 정부 칭찬 반, 비판 반을 하면 기사는 거의 100% 비판만 나온다. 대안을 같이 낸 적도 많았지만 기사는 비판 비중이 크다. 아무래도 대안과 정책은 재미없어 하니 그렇다. 기자들도 정책기사는 쓰기도 힘들고 읽히지 않는다며 같은 고민을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 담론은 있어야 한다. 권은희(국민의당) 황보승희(국민의힘) 의원이 같이 하는 국민미래포럼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는데 그때는 미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미래 담론 없는 나라는 미래가 없는 나라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책적 대안을 선제적으로 던져 주목을 받는다. 대안이고 정책이라서 관심을 못 받는 건 아니다. “시장ㆍ도지사는 행정력이 있으니 보여줄 게 있다. 국회는 행정부가 아니고, 말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하겠다. 최근 국민의당이 발표한 공유 플랫폼 같은 것이다.” -지지기반을 넓힌다는 것은 보수부터 중도까지 포섭하겠다는 뜻인가. “야권 전체의 저변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 고민을 시작한 것이 젊은 청년들과 달리기를 하면서다. 요즘 인스타그램으로 공유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러닝 크루가 많은데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20, 30대 러닝 크루들과 이야기해 보면 90%가 정치에 관심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치 뉴스도 안 보는 이들이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 어떤 이야기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들으려 하지 않으니 비호감 극복도 안 된다. 결국 우리가 앞장서서 저변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제 1야당으로는 어렵다.” -만나보니 요즘 민심이 어떤가. “달리기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그만큼 고통이 심하다는 뜻이다. 얼마나 힘들겠나. 생전 운동 안 하던 나도 유럽에 가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는 동안에는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 명상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무엇이 그렇게 고통스러웠나. “정치를 하면서 늘 전면에 있었고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그 경험을 돌아보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되새겼다. 지난 대선 드루킹 사건도 돌아봤다.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수사 때 발견된 공작 댓글이 8,800만개였다. 저에게 비우호적인 기사가 많이 본 뉴스 랭킹에 올라가고, 공감 많은 댓글도 다 조작된 것을 국민이 본 것 아닌가. 사실 드루킹 같은 게 가능하다는 것을,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지도, 내가 가장 먼저 알았을 것이다. 법을 어기는 거라 안 한 것이다. 다시 그 때로 되돌아가면 내 선택은 무엇일까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고민이 됐다. 고민할 필요조차 없어야 하는데…. 그래도 그런 선택은 안 할 것이다. 선거 승리를 끝으로 보면 불행의 시작이다. 선거 승리는 시작이고, 내 목표는 임기의 끝이다.” -정치판이 힘들다. “정치가 어려운 것은 사람 마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고,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싸우는 상대가 있다는 점이다. 기업 경영할 때는 주변의 오해에 구차하게 변명하지 않았는데, 정치권에선 오해와 가짜뉴스가 없어지지 않더라. 정치인에겐 설명할 책임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어리석었다.” -가장 심각한 오해가 뭔가. “결단력이 부족하고 유약하다는 이미지다. 내가 정치권에서 한 일을 봐라. 전격적으로 민주당과 합당(새정치민주연합)한 뒤 당을 개혁하려고 했던 결심, 도저히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당을 나온 결단, 국민의당을 만들어 총선 끝까지 돌파해 40석 가까운 정당을 3김 이래 처음 만들었다. 모든 순간이 결단의 순간인데 이런 것은 잊는다. 더 심한 조작이 무수히 많다. 책에도 썼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 후보를 몇 명이라도 내고, 안 대표도 지역이든 비례든 배수진을 치고 출마했어야 하지 않나. 오판이라고 보지 않는지. “지역구 출마 희망자가 많았다.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것은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여당을 견제해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제1야당에 힘을 몰아주어야 했다. 내가 비례 후순위로 출마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있었으나 진정성을 보이는 방법으로 출마 않기로 결정했다. 또 결정적인 이유가, 창당한 지 두 달 만에 선거를 치르니 내가 전면에 나서서 당을 홍보해야 하는데 출마하면 (비례정당) 공보물에도 못 나온다. 비례대표만 출마하는 정당의 선거운동 방법은 굉장히 제한적이어서 유세도 못 하고 현수막도 못 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국토종주를 했던 것이다.” -안 대표가 원내에서 목소리를 내고, 한 석이라도 더 갖고 법안을 내는 활동이 필요하지 않나. 정의당은 여섯 석으로 눈길을 끄는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한 사람 더 국회의원 된다고 크게 다를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원외에 있더라도 메시지 낼 수 있고, 법안이야 당에서 의논한 37개 정책 과제대로 의원들이 맡아 입법하면 된다.” -정권 교체 안 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겠다고 말했는데, 이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무능이다.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자기 생각이 진실이라고 착각한다. 이념적으로 경도된 사람에게 흔히 보이는 것이다. 월급 올려주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며 시작한 게 소득주도성장 아닌가. 다주택자에게 세금 폭탄 때리면 집값이 떨어질 텐데 하면서 한 게 이 모양이다. 경제는 복잡계여서 하나의 변수가 바뀌면 다음에 어떤 변수가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정책은 국토부 장관이 아니라 부총리나 총리급에서 종합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같이 아마추어적인 발상, 세상을 단순하게 보는 생각, 실제로 경제활동을 해 보거나 세금을 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해 빚어지는 참극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엄청난 고통이 올 것이다. 2021년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완전히 달라진 시대가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의 일이 아니다. 내년 말 코로나 종식 시점까진 우선 확산을 관리해야 하고, 올해 연말부터 경제가 힘들 텐데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야 하고, 그 다음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일이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할 일이 산더미 같다. 나는 마음이 급한데 정부가 어느 것 하나 하는 게 없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면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것밖에 없다. 걱정스럽다.” -말씀하신 대로 정책이 단순하게 기대한 결과를 내지 않는다. 부동산 대책도, 기업 규제나 노동개혁도 어려운 일이다. 비판은 쉽지만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나.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비판을 감수하면서 올바른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용기를 내면 못할 것도 없다.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업적을 내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우리는 불신사회여서 거래 비용이 많이 들고 국가 경쟁력을 깎아 먹는다. 해결의 키워드는 투명성 강화다. 에스토니아가 블록체인으로 굉장히 투명한 정부가 됐다. 정부부터 투명하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고 국민도 신뢰할 수 있다. 그렇게 고쳐 나가면 다음 정권쯤에 할 수 있는 개혁이 또 있을 것이다. 점진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가 많은데 정부 투명성만으로 해결이 될까. 가령 노동 문제는? 노사 관계뿐만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와 갈등을 풀어야 한다. “이 정부가 강조한 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그런데 지금 비정규직 일자리는 더 늘어났다. 플랫폼 노동자, 긱 이코노미라는 말이 생겼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 추세다. 이 정부가 출범할 때 비정규직을 제대로 대우받는 일자리로 만드는 일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산업화 시대의 시각으로 정규직화를 추진하니 결과가 실패다. 비정규직에는 동일임금 동일노동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 강화도 같이 하되 노동 유연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다. 좀 다른 예지만, 타다를 보면서 이 정부가 정말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미래 산업은 계속 새로 나타나고 바뀌며, 기존 영역의 사람들이 고통받게 돼 있다. 정부가 할 일은 타다 같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여지를 주면서 고통받는 택시 기사를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설득하고 욕 먹는 일을 하면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욕 안 먹겠다고 미래의 싹을 잘라 버리면 되나. 노동개혁도 사회 안전망과 유연성을 조율하면서 가야 한다.” -라임·옵티머스 특검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이 가는 것이 사실이나 특검도 한계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현 정권에 해가 되는 수사를 막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밖에 방법이 없다. 물론 특검법이 통과되어야 하는데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순순히 응할 리 만무하다. 지금까지 성과를 낸 특검이 소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공정경제 3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재벌의 책임을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과 공정거래위 기능 강화를 주장해 오지 않았나? “공정경제 3법은 기업 지배구조에 집중돼 있다. 오너 관계사에 일감 몰아주기는 막을 수 있지만 이것이 불공정 거래의 전부가 아니다. 공정경제 3법이라 부르려면 실력으로만 경쟁하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대기업에 정부가 관여하는 관치경제를 막는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치경제와 신자유주의의 최악의 조합이다. 관치금융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독립성과 더 많은 권한, 책임을 주고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법이어야 공정경제법이라 부를 수 있다. 시기도 적절치 않다. 올해 연말부터 경제가 심각해져 자영업자ㆍ중소기업부터 먼저 넘어지고 대기업까지 위협받을 수준까지 갈 텐데 왜 지금 이걸 해야 하나.” -낙태죄 처벌,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논란이 많은 법안에 대한 국민의당 입장은. “생명과 개인의 자유가 달린 문제라 첨예하다. 이런 문제일수록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낙태죄 위헌 판결로 낸 정부 법안이 오히려 후퇴했다고 해서 논란이고, 차별금지법은 13년이나 입법 시도가 반복되고 있는데 공론화가 더 필요한가. “그렇다. 차별이 여러 개가 있는데 합의되는 것만 우선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성적 지향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니 그건 빼고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 문제는 공론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정치를 시작한 초기,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혔던 것과 지금 국민의당 정책들을 비교해 보면 보수화한 것같다. 최저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 입장이 바뀐 것이 눈에 띈다. “그렇지 않다. 상황이 바뀌면 정책도 당연히 달라진다.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 현 정부도 동결 수준으로 가는 것은 잘못을 인정한 셈이다. 주 52시간 근로에 찬성한다. 다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문제가 많으니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한 때 안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30~40%에 이르렀다.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나타났다. 지금 안 대표 지지율은 한 자릿 수다. 왜 그렇다고 보나. “정치를 하는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또는 이미지 조작에 의해 오해하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닌가 싶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만났을 때 ‘처음 총리가 됐을 때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아는 게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10년쯤 총리를 하니 무엇이든 최선의 답을 아는데 인기가 바닥이어서 물러나야 했다’고 말했다. 정치인의 숙명이 경험과 지지율을 바꿔먹는 것 같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실력은 쌓이는데 인기가 내려간다. 현실정치 6년 반 동안 현역 정치인 중 가장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그러면서 수업료를 많이 지불했다. 지지율도 낮아졌다.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게 과제다.” -앞으로 목표는. “어떻게든 정권교체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장애아동 이동권 향상, 장애인 편견 없애는 가장 빠른 길"

2015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딸이 집에 친구를 초대했다. 그 아이는 손으로 밀어야 하는 수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는 아이에게 힘들게 왜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지 물었다. “학교에선 전동 휠체어를 타서 편한데 전동휠체어는 무겁고 차에 싣기도 어려워 밖에 나올 땐 수동휠체어를 타야 해요.” 심 대표는 딸의 친구에게 “수동 휠체어에 전기모터를 달아줄게”라고 말하고 3개월 만에 약속을 지켰다. 시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그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동 휠체어를 전동 휠체어로 바꿔주는 파워어시스트에는 ‘토도드라이브’란 이름 붙였다.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두’란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파워어시스트 토도드라이브(5㎏)는 얼떨결에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21일 경기 시흥 소재 토도웍스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는 “장애아동의 이동장벽을 허무는 일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장애아동의 이동권 향상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면 장애아동의 성격이 밝아지고, 그 아이를 바라보는 인식도 ‘도움이 필요한 존재’에서 ‘함께 하는 친구’로 바뀌게 됩니다. 장애아동과 같이 생활한 아이가 커서 건축가가 되면 휠체어 이동경로를 배려한 건물을 설계하게 되는 식으로 자연스레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해소될 겁니다.” 심 대표가 장애아동의 이동권 향상을 위한 혁신 기술 개발에 나선 이유다. 그는 이동장벽을 허물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써야 하고, 그러려면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출시 후 현재까지 약 3,700개가 팔린 토도드라이브의 가격은 167만원. 400만~1,200만원까지 하는 국내외 다른 파워어시스트 제품(무게 20~30㎏)보다 저렴하다. 심 대표는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알루미늄 구매부터 공작, 조립 등 하드웨어 제작도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원가를 많이 낮췄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을 잘 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장애아동, 장애아동을 둔 부모와 이어온 소통은 새로운 기술 개발의 밑거름이 됐다. 심 대표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어딜 가려면 늘 누군가를 불러야 하는 게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는 무선조종 기능을 2017년부터 모든 제품에 탑재했다”고 말했다. 이동 중 휠체어가 전복되는 등 큰 충격을 받으면 곧바로 부모에게 메시지가 전송되는 위험감지시스템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는 “고가의 휠체어를 매번 바꾸는 게 쉽지 않아 장애아동을 큰 휠체어에 태우다보니 척추가 휘는 등 2차 장애를 겪는 이들이 많다”며 “성인이 되기 전까지 휠체어 크기를 계속 바꿀 수 있는 사이즈 조절용 휠체어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토도웍스는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최근 SK그룹이 주관하는 사회적 가치 민간축제 ‘소셜밸류커넥트(SOVAC)’ 가치열전 부문에서 1위에 꼽혔다. 고려대와 함께 한 ‘이동권 증진이 장애 아동의 삶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수동 휠체어에 파워어시스트를 장착한 아이들의 이동거리는 평균 74.7% 상승했고, 우울증은 31.6%에서 10.5%로 크게 줄었다. 심 대표는 “소셜벤처라면 수요가 적더라도 소수의 장애인에게 필요한 보조기구를 만들 용기가 필요하다”며 “토도드라이브의 해외 판로 확대로 거둔 이익을 다른 제품 개발에 재투자해 ‘배리어 프리(barrier free)’한 사회를 만드는데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배리어 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인 보조기기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속보] '라임 수사' 박순철 지검장 사의…"정치가 검찰 덮었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사의를 표명했다. 남부지검은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와 최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으로 촉발된 '검사 술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박 지검장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그 동안 검찰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 오지 못했다. 검사장의 입장에서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며 "다만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추어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고 했다. 아래는 박 지검장이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올린 입장문 전문

현대백화점, 소방관 자녀들 10년간 학자금 지원...대통령 표창

현대백화점그룹이 순직한 경찰관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해온 공로를 인정 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현대백화점은 75주년 경찰의 날 유공 정부포상에서 ‘순직·공상(公傷) 경찰관 지원 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고 22일 밝혔다. 표창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이 장호진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에게 직접 전달했다. 현대백화점은 공무 중 순직하거나 상해를 입은 경찰관 자녀들(미취학 아동, 초·중·고교생,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파랑새 장학금’ 제도를 지난 2011년부터 10년째 운영해왔다. 이 제도를 통해 올해까지 1,385명의 경찰관 자녀들이 총 24억6,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올해는 270명에게 총 4억원이 전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순직 경찰관 자녀의 학자금 지원에 나선 국내 기업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장호진 사장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한 ‘제복 공무원’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작은 정성이 유가족들에게 자긍심과 자부심을 북돋아주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외에도 2008년부터 순직 소방관 유가족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497명에게 총 15억원의 장학금과 생계비를 전달했다. 올해 역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