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던 남매 냥이의 집사를 독차지하기 위한 전쟁, 고양이질투 해결법

입력
2024.01.18 12: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3세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집사입니다. 고양이 둘은 제가 미국 거주할 때 길에서 태어난 쌍둥이 남매에요. 아깽이 때 입양해서 키우다가 한국까지 같이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둘은 원래 사이가 정말 좋았는데, 1년 반 전부터 사이가 틀어져서 고민입니다. 수컷 고양이가 어느 순간부터 외부인과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성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에게도 가끔 깨무는 시늉으로 화를 낼 때는 있으나(너무 귀찮게 만졌을 때 등) 애교도 많고 품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는 무릎 냥이인데요.

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질투가 있는지, 항상 남매인 암컷 고양이가 제 곁이나 품에 있으면 와서 자리를 뺏고 같이 눕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또 괜히 신경질 내거나 장난치듯이 암컷을 괴롭히고 깨물며 쫓아가기까지 해요. 제 무릎에 있는 암컷이 자리를 뺏기 위해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면 결국 암컷이 눈치보다 도망가요.

수컷이 체격도 더 커서 암컷이 항상 지고, 하악질로 싫다고 표현해도 계속해서 괴롭힙니다. 제가 중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요. 물론 피나 상처가 난적은 없으나 암컷이 너무 가엽고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스트레스받아서 그런가 싶어 둘 다 질켄(안정 보조제)도 먹여보고, 안정된다는 디퓨저도 사보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암컷이 워낙 소심하고, 배려심 많고, 항상 양보하는 성격인데 수컷 때문에 이런 성격이 너무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수컷 눈치 보느라 제 옆에 올 때도 눈치를 많이 봅니다. 수컷의 이런 공격성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인을 꼭 찾아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 사연은 사이좋았던 남매 고양이가 어느 순간부터 사이가 틀어져 걱정이신 집사분이 보내주셨네요. 고민이 큰 만큼이나 사연의 내용도 길었는데요. 사실 이 내용 속에는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남매 고양이의 사이가 멀어진 이유 찾기

먼저 연령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데요. 원래 아깽이 시절의 고양이는 대부분 다른 고양이와 사이좋게 지냅니다. 이 시기의 아기 고양이는 엄마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형제 고양이들과도 잘 어울려 지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사회성을 보이죠. 하지만 대략 1세 전후로 점점 아기 고양이의 특성이 줄고, 고양이가 가진 본래의 기질이 드러나게 됩니다. 따라서 특별한 문제가 없더라도 어린 시절 다정했던 고양이들이 성묘가 되어 사이가 소원해지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부정적인 경험이 발생하는 경우 둘 사이가 나빠지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큰 소음이 있는데 옆에 다른 고양이가 우연히 있었다면, 그 고양이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가 입혀질 수 있는 것이죠. (*지난 솔루션 방향이 전환된 공격성 참고) 사연자분이 언제 미국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만약 이렇게 두 고양이의 관계가 변화하는 시점에서 장거리 여행이나 환경 변화 등이 있었다면 두 고양이 사이의 관계가 멀어지는 사건으로 작용하기 쉽습니다.

꼭 이사가 아니더라도 집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스트레스원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때문에 문제 해결 및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고양이의 연령에 따른 환경 변화 등을 연대기적으로 자세히 분석해야 하죠. 또 집 안의 모식도 등 환경적인 부분 등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쉽지만 이 모든 점을 분석하기에는 직접 만나서 상황 파악을 할 수 없어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는 수컷 고양이가 암컷 고양이에게 보이는 질투에 초점을 맞추어 답변을 드려볼까 합니다.

고양이 질투가 생긴 이유

앞서 언급한 대로 아깽이가 어엿한 성묘가 되면, 자신의 기질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이때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기질이 바로 ‘독립성’입니다. 고양이의 독립적인 특성 중 하나는 같은 사회적 그룹이 아닌 고양이와는 자원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영역 동물이 가지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또 사연자분은 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오게 되었는데요, 만약 거주 공간이 좁아졌다면 고양이가 이런 영역의 침해를 더욱 강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영역과 관련해서는 필수 자원 역시 중요한데요. 필수 자원이란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물그릇, 밥그릇, 스크래처나 높은 휴식 공간과 같은 것들을 말합니다. 어릴 때 고양이 남매가 잘 어울려 지냈기 때문에 사연을 보내주신 집사분은 이런 필수 자원을 꼭 분리해서 각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는데요. 이제 고양이들이 독립적인 성향을 보인다면 둘의 영역이 분리될 수 있도록 고양이 수보다 한 개 많은 수의 필수 자원을 준비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들 자원을 서로 다른 장소에 분리해서 배치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둘의 영역을 분리시켜 주는 것은 다묘가정에서 긴장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집사를 독차지하고 싶은 고양이의 심리

그런데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자원에는 ‘보호자’도 포함됩니다. 밥도 주고 놀아주고,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집사를 꼭 필요로 하고, 특히 나와 다른 사회적 그룹의 고양이와는 공유하고 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집사의 입장에서는 두 고양이 모두 함께 다정하게 지내고 싶지만, 두 고양이 사이의 긴장도가 높아진 경우라면 오히려 이런 상황이 둘 사이의 공격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집사라는 하나의 자원을 시간이나 공간으로 분리해서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 안에 높은 휴식 공간이 한 곳뿐일 때, 서로 같은 사회적 그룹이 아닌 고양이는 이곳을 함께 쓰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에 교대로 쓰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슷하게 집사분도 두 고양이와 번갈아 가며 시간을 보내줄 수 있습니다. 먼저 수컷 고양이와 충분히 놀아준 뒤에 음식을 주어서 고양이가 먹는 것을 즐기는 동안, 방 안으로 들어가서 암컷 고양이와 일정 시간을 갖는 것처럼 말이죠. 이때 수컷 고양이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음식을 주는 것 외에, 음악이나 재미있는 영상을 틀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정해진 시간만큼 암컷 고양이와 시간을 보낸 뒤에는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 앞에서 기다리는 수컷 고양이에게 관심을 주거나 달래주게 되면, 문밖에서 울거나 조르는 행위를 포상해 주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소파로 가서 앉거나, 자연스럽게 집사가 해야 할 일을 하는 편이 낫습니다.

고양이 공격행동에 대한 대처

특히 고양이의 잘못된 행동을 부적절하게 대처하면 잘못된 강화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수컷 고양이를 깨물거나 공격했을 때 집사가 관심을 주거나, 달래주면 고양이는 공격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다음에는 더 쉽고 빠르게 공격을 택하게 됩니다. 특히 가볍게 꾸짖는 것은 관심을 구하는 고양이에게는 도리어 포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적절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럴 때 집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암컷 고양이를 만질 때 만약 수컷 고양이가 다가서거나 공격 시그널을 보이려 하면 그전에 일어서서 등을 돌린 후 다른 곳으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고양이의 공격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공격을 하면 관심을 뺏기게 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죠. 이때 등을 돌린 뒤 미안한 마음에 곧바로 돌아서서 수컷 고양이를 달래주면, 집사의 의도가 고양이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타깝더라도 15분 이상 고양이를 외면해서 냉각기를 가진 뒤 자연스럽게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낫습니다.

동시에 수컷 고양이의 관심을 다양화해주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사연 내용 중 ‘과도한 집착’이라는 표현이 보이는데요. 아마도 이 부분에 대해 집사분은 ‘내가 잘 감당하면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고양이가 집사를 따라다닌다면, 이는 고양이의 적절한 본능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땐 고양이에게 집사 외에 관심사나 즐거운 일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로는 사료 알갱이를 넣은 퍼즐 장난감을 집 곳곳에 숨긴다거나, 혼자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매일 꺼내주거나, 캣휠 같이 뛰어올라 놀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의외로 보호자가 고양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적절하게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거나, 알맞은 때에 포상해 주는 경우 고양이의 문제행동이 잘 조절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조언을 바탕으로 노력해 보시길 바랍니다. 또 집사분은 고양이를 위해 몇 가지 보조제나 페로몬 제제 등을 써보신 것 같은데요.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고양이의 불안감을 낮춰주고 자기 안위감을 높여주는 작용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의 문제 행동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향으로 행동 교정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쉽게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 병원을 방문해 고양이 행동에 대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다정했던 남매가 자꾸만 다퉈서 집사분의 걱정이 정말 크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집사분의 의지가 깊으신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특히 혈연으로 맺어진 고양이의 경우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큽니다. 고양이 남매와 집사 모두 행복하고 다정하게 지내길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김효진 수의사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