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 협착증으로 호흡기가 좋지 않은 노령견, 가정에서의 관리법은?

입력
2024.01.03 09:00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13세 중성화된 암컷 강아지를 기르고 있습니다. 저희 강아지는 기관지 협착증이 있는데요. 최근 추워지면서 기관지가 더 안 좋아졌는지 자주 '컥컥'거리며 기침을 합니다. 한 번씩 숨을 편안하게 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가뜩이나 나이가 많은데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됩니다.

저희 강아지처럼 호흡기가 안 좋은 경우 집에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병원에서 호흡을 안정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산소 공급기처럼 가정용 산소발생기를 구비해서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해주면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호흡기가 약한 반려견을 위해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A. 안녕하세요, 경기도 최초 피어프리 전문가 인증 블루베어동물병원 대표원장이자 반려인인 신성우 수의사입니다. 반려견의 나이가 들고 날이 추워지면서 기침이 더 심해져서 걱정이 많이 되실 텐데요. 기침 및 호흡기 관련 증상으로 동물병원에 내원했다면 방사선 사진을 찍어 기관지 협착증이 맞는지 확실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또 기관지 협착증이 어떤 질병인지 잘 파악하고 악화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가정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관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아지 기관지 협착증이란?

먼저 강아지의 호흡 통로인 기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관은 탄력 있는 연골로 이루어져 있는 원형 모양의 튜브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코와 입으로 연결되어 강아지가 산소를 들이마시며 호흡하게 되죠. 이 기관이 늘어나거나, 탄력을 잃어 내강(폭)이 좁아지는 경우 기관지 협착증에 걸렸다고 표현합니다. 기관의 내강이 좁아지는 정도에 따라 심각도가 달라지는데요. 주로 만성 기침과 호흡 곤란, *운동 불내증, *청색증, 실신(쓰러짐)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협착된 기관의 모양. 단계가 심해질수록 내경이 좁아진다. 신성우 수의사 제공

협착된 기관의 모양. 단계가 심해질수록 내경이 좁아진다. 신성우 수의사 제공

요크셔테리어, 푸들, 포메라니안, 치와와 등의 소형 품종에서 더 흔하게 발생하며, 나이가 들면서 증세가 점점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과 비만, 만성적인 자극이 있는데요. 지속적으로 담배 연기 등을 흡입하는 화학적 자극에 노출되거나, 목줄 등에 목이 눌리는 물리적인 자극으로도 발생할 수 있어요.

*운동불내증 :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으로 5~10분만 걸어도 힘들어 헥헥거릴 수 있다.

*청색증 : 피부와 점막이 푸르스름해 보이는 것이다.

강아지 기관지 협착증 관리 방법

사연 속 강아지의 경우 가정용 산소 발생기를 사용하면 정말 도움이 되는지 여쭤보셨는데요. 일반적으로 기관지가 협착되면 호흡 통로인 튜브가 좁아지면서 얻을 수 있는 산소량 자체가 적어집니다. 따라서 혀나 잇몸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죠. 이 경우 말씀하신 부분처럼 가정용 산소 발생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서 산소 발생기를 쓰고 치료받고 있는 강아지. 게티이미지뱅크

병원에서 산소 발생기를 쓰고 치료받고 있는 강아지.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코앞에 산소 발생기를 대주는 방법보다는 아크릴 박스처럼 강아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산소방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안에서 산소를 고압으로 흡입하게 되면 더욱 충분한 산소 공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청색증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평소 강아지가 호흡을 힘들어하는 경우에 산소방에 잠시 넣어두어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시적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기관지 협착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그 근본적인 해결책을 예로 들자면 호흡이 편하도록 생활하는 환경을 맞춰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날이 추워지면서 건조해져도 기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실내 온도는 항상 23~25도 정도로 맞춰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 습도를 50~65% 정도로 유지하여 마른 기침을 덜 할 수 있게 하면 도움이 됩니다. 직접적인 습도 유지가 힘든 경우 집에 있는 가습기를 강아지 코앞에 위치시켜 촉촉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아지 기관지 협착증이 악화될 수 있어요

사연 속 강아지는 13세로 나이도 많은데요. 기관지가 약하다 보면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동물병원에 방문해서 진료를 받고 응급 시 사용할 수 있는 상비약을 가지고 계시길 바랍니다. 약은 주로 항염증제와 기침 억제제, 기관지 확장제 등 적절한 약물을 사용하게 됩니다. 이 약을 통해 몸에 물리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강아지의 BCS(body conditioning score). 로얄캐닌 홈페이지

강아지의 BCS(body conditioning score). 로얄캐닌 홈페이지

또 비만은 기관 협착의 주요 위험 요소입니다. 기관지 협착을 더욱 악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강아지를 위해서라도 꼭 체중 관리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강아지는 몸무게보다 체형으로 살찐 정도를 체크해 주세요. 손으로 만졌을 때 갈비뼈가 만져지고,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허리 라인이 보이는 BCS(body conditioning score) 4~5 정도로 유지하길 추천해 드립니다.


기관지 협착증은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이 아닌,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병입니다. 약물 또한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죠. 사연 속 강아지가 앞으로 더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해 꼭 체중 관리를 해주시고,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는 목줄 대신 가슴줄을 사용해 주세요. 또 주기적인 수의사 검진을 통해 기관지염 등을 조기에 확인하고 기관지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해서 오래도록 맑은 공기를 편히 마실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블루베어 동물병원 신성우 수의사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