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의 사이클리스트 나아름, 은메달 목에 걸고 '아름다운 라스트댄스'

입력
2023.10.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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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개인도로서 홍콩 양첸위에 이어 2위
이번 대회 은 1·동 1 획득
2018년엔 부상 극복 후 4관왕... '투혼의 레이서'
4번의 AG서 메달 9개 수확하고 13년 여정 마무리

한국 사이클의 간판 나아름(삼양사)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도로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라스트 댄스’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장식했다.

나아름은 4일 중국 항저우 춘안 제서우 스포츠센터 도로코스에서 열린 대회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서 3시간36분07초로 2위를 기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록은 1위 양첸위와 초 단위까지 같았지만, 양첸위가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3위는 태국의 줄라팁 마니판이 차지했다.

139.7㎞를 달려 순위를 매기는 개인도로 경기에서 나아름은 중후반까지 다른 선수들과 함께 어울려 레이스를 펼쳤다. 승부는 13㎞를 남긴 시점에 갈렸다. 나아름과 양첸위가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갔고, 둘은 계속 선두를 바꿔가며 레이스를 이끌었다. 나아름은 마지막 1㎞를 남긴 시점까지도 1, 2위를 오가며 양첸위와 경쟁했지만, 결승선 바로 앞에서 뒤처지며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 33세인 나아름은 이로써 10년 넘게 이어온 아시안게임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나아름은 경기 후 "아시안게임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2010 광저우 대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무대를 처음 밟은 그는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1개(도로독주),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4관왕(도로독주, 개인도로, 트랙 단체 추발, 매디슨)을 차지하며 한국 여자 사이클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메디슨)를 목에 걸며 아름다운 퇴장을 완성했다. 비록 박태환(수영) 남현희 구본길(이상 펜싱) 등이 가지고 있는 역대 아시안게임 한국선수 최다 금메달(6개) 타이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4번의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총 9개(금 5·은 2·동 2)의 메달을 수확하는 성과를 올렸다.

나아름은 ‘투혼의 레이서’로도 유명하다. 그는 2012 런던 올림픽 개인도로 레이스를 펼치던 중 3번이나 넘어졌지만 끝까지 완주해 13위에 올랐다. 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를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 왼발 골정상을 당하고도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가며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했다. 이날도 통증을 참고 경기에 임했다. 그는 "경기 전에는 괜찮았다. 그런데 정작 경기를 하니 나도 모르게 과한 힘을 쓴 것 같다"며 "(경기 중에)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지만, '오늘은 아파도 무조건 끝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돌아봤다.

아시안게임 마지막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친 그는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경주 내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은메달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끝난 것보단 훨씬 낫다"며 13년 여정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밝혔다.

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