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행정부는 왜 '마스크 혁신' 공모전에 5억 원을 걸었나

입력
2021.04.10 16:00
美 CDC, 21일까지 '마스크 혁신 챌린지' 공모
불편 해소한 마스크 디자인에 50만 달러 상금
"코로나 백신 접종해도 마스크 착용 뉴노멀" 분석
허니웰, 블루투스 장착 33만 원짜리 마스크 출시

"내일의 마스크를 설계하라. 총 상금 50만 달러(약 5억 6,000만 원)."

미국 대국민 온라인 공모 플랫폼 챌린지닷거브(challenge.gov)에 올라온 공고다. 고온다습한 날씨에도 착용이 불편하지 않고 안경을 썼을 때의 김서림도 최소화 한 혁신적 일회용 마스크 디자인을 제출하면 포상한다는 제안이다.

마스크 착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방역 수칙임은 주지의 사실이 됐지만 여전히 일부 미국인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머리를 싸맸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말까지 미국 성인 대부분이 1차 백신 접종을 마치게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백신 접종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계속해야 함을 암시한 셈이다.

CNN 방송은 6일(현지시간) "미 보건복지부(HHS)가 바이러스 감염 차단 효과가 좋으면서도 착용의 불편함은 개선한 마스크를 찾기 위해 50만 달러 규모의 '마스크 혁신 챌린지(Mask Innovation Challenge)'를 시작했다"며 "미국 백신 접종이 1억 6,500만 회 이뤄졌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중요한 우선 순위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이 주도하는 이번 공모전은 2단계로 나뉘어 최소 6개월 동안 진행된다.

설계도를 심사하는 1단계에서는 최대 10팀을 뽑는다. 각 팀에 프로토타입(시제품) 제작을 위한 1만 달러의 상금이 지원된다. 2단계는 프로토타입 제출 단계다. 나머지 상금 40만 달러를 이들 중 5팀에게 나눠 지급한다. 참가 자격은 미국에 있는 법인,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로 제한되고 1단계 챌린지 마감일은 21일이다.


'블루투스 이어폰 장착 스마트 마스크'… 차세대 마스크 경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가장 빠른 이스라엘은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이 우려되는 만큼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도 마스크를 유망한 상품 카테고리로 보고 '스마트 마스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제조업체 허니웰은 가격이 299달러(약 33만원)에 이르는 마스크 신제품을 선보였다. 힙합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의 래퍼 윌 아이 엠과 협업해 노이즈 캔슬링(소음 차단) 블루투스 이어폰이 내장된 '슈퍼마스크'를 8일 출시했다. LED 조명과 3단 조절 환기팬, 3개월 동안 지속되는 헤파 필터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됐다.

윌 아이 엠은 "우리는 공포 영화 속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직접 경험하는 등 공상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하지만 마스크는 '어제의 마스크'를 쓰고 있어 시대에 맞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을 마스크 착용으로 극복했고 우리도 마스크를 쓰면서 독감 사례가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며 "감염병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최소한 비행기 내 마스크 착용 정도는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윌 랭 허니웰 개인보호장비(PPE) 부문 최고사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는 "스마트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와 패션 마스크를 잇는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 게임용 주변기기 업체 레이저가 '프로젝트 헤이즐'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스마트 마스크 시제품도 실제 제품으로 출시된다.

프로젝트 헤이즐은 CES 공개 당시 보건용 마스크 수준의 바이러스 차단 효과와 함께 외부로 소리를 또렷이 전달할 수 내장 마이크를 갖춘 것으로 소개돼 기대를 모았다. 전면부는 투명하게 디자인돼 얼굴이 타인에게 정확하게 보이게 했고, 야간에도 얼굴이 잘 보이도록 조명도 달렸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는 "3분기에 프로젝트 헤이즐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애디 탄 레이저 사업개발 부국장의 말을 전하면서 "CES에서 공개된 기능 중 몇 가지가 최종 제품에 담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E 인증 투명 마스크'… 비말 차단용 마스크도 다양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말 차단용 마스크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최근 영국에서는 유럽 통합규격인증(CE)을 획득한 투명 마스크가 나왔다.

영국 아이뉴스에 따르면 이 제품은 케임브리지대 애든브룩스 병원에서 보청기를 사용하는 간호사의 수요에 부응해 지난해 4월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LJA 미어스가 생산했고, CE 마크 부착 의료 마스크로 영국 의약품건강제품규제청(MHRA)에 등록됐다. 치과용 마스크 수준의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어 병원과 요양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김서림 방지 기능도 갖췄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 장기화하면서 입 모양을 읽어야 하는 청각 장애인들의 고충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 지역 매체 케임브리지 인디펜던트는 "청각 장애 관련 단체들은 일부 시민들이 스스로 투명 마스크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잘 만들어진 CE 인증 투명 마스크의 필요성을 인식해 왔다"고 전했다.

이 제품의 착용 실험에 참여했던 소아과 의사 탐신 브라운은 "팬데믹 기간 동안 의료 서비스 분야의 더 나은 소통을 이끌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