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김호중 방지법'이란 이름을 붙이자 김호중의 팬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 앞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이름이 들어갔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은 음주운전 후 음주 측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다시 술을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수법'을 쓰면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수 김호중이 5월 서울 강남구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 택시를 치고 달아난 뒤 추가로 술을 구매해 마시고, 매니저가 허위로 자수하는 등 수사에 혼선을 준 사실이 드러나자 재발 방지 차원에서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실제 13일 경남 밀양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 보행자를 사망케 한 50대 남성이 사고 직후 자택에서 추가로 소주 1병을 마시는 등 모방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법안의 취지에 공감하는 여론과 달리 박 의원 블로그엔 "살아 있는 젊은이(김호중)의 이름을 따서 법을 만드는 것은 한 젊은이의 인생을 파괴시키는 일" "악법 반대" "임기 중에 흑역사를 남기지 마세요" 등 1,3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대부분 김호중 팬들로 추정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도 "한 사람의 인권 문제"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 등 6,000개 넘는 반대 의견이 등록됐다.
이번 사태는 법안 발의에 큰 영향을 준 사건 관계자의 이름을 별칭으로 사용하는 '네이밍법' 찬반 논란으로도 번졌다.
네이밍법은 공론화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20, 21대 국회에서 각각 2만 개 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구하라법' 하준이법' 등 특정인 이름을 딴 법안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아동학대 방지를 뼈대로 하는 '정인이법'은 방송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후 일주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법안 명칭 자체가 경고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인의 이름을 딴 법안은 사건을 곧바로 연상시켜 경각심을 준다"고 말했다.
반면 오남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슈를 따라가는 네이밍법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공청회를 거치는 등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법을 발의해 좋은 평가를 받고자 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상징적 의미만 앞세우다 보니 세부 내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사회적 낙인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피해자 이름을 딴 법안은 2차 가해를 야기할 수 있고, 가해자에게도 필요 이상의 낙인이 찍힐 수 있다"며 "이름을 붙여서 법안을 만드는 건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탁금지법의 별칭인 '김영란법'과 같이 법안 발의에 기여한 인물의 이름을 따는 방법도 거론된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네이밍법의 각종 부작용을 줄이고 법안에 대한 책임 의식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