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자살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울증의 대표 증상 중 하나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자살 시도로, 자살 사망자의 60%가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울증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기 보다 유전·생물학적 특성·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생하는 정신 질환이다. 이 중 자살 위험이 있는 고위험 우울증 환자는 질환 초기에 신속히 치료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침 속에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양을 측정해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석정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우울증 환자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학대, 따돌림, 가정 폭력) 등 심리·사회적 요인과 회복 탄력성의 상호연관성을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집한 73명의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우울 증상, 자살 위험성, 정신 건강 취약ㆍ보호 요인 평가 자료를 활용해 정신 건강이 양호한 집단(green group), 우울증 위험 집단(red group), 질병과 건강한 상태의 경계에 있는 집단(yellow group)으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이들 세 집단을 대상으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에 이르는 신경 내분비계(HPA) 축의 기능 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침 속 코티솔 호르몬을 분석했다.
아침 기상 직후부터 1시간까지 30분 간격으로 3회에 걸쳐 침을 모은 후 침 속 코티솔 호르몬 농도를 측정했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량이 증가한다. 코티솔은 혈압을 유지하고 전해질 균형을 도우며, 에너지 저장을 촉진한다. 또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으로 심폐 활동을 증진해 더 민첩하고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기능을 한다.
연구 결과, 우울증 위험 집단의 아침 기상 후 코티솔 양은 정신 건강이 양호한 집단의 코티솔 양보다 유의하게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증이 심할수록 아침 신체 기능이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 상태가 부족해지는 것을 시사한다.
아침 기상 후 30분 동안 늘어나는 침 속 코티솔 양은 회복 탄력성이 높은 그룹이 보통이나 낮은 그룹보다 가장 많이 증가했다.
석정호 교수는 “우울증 진단은 임상에서 설문지를 이용한 자가 보고식 우울 증상 평가와 진료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표준적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우울증 진단과 마음 건강 상태 특성을 평가하는 영역에서 심리·사회적 평가 차원을 넘어 침 속 코티솔 같은 생물학적 지표 평가가 가능해져 과학적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Frontiers in Physics’에 지난 5월 30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