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만성콩팥병 환자가 투석(透析) 치료를 받는 것이 보존적 치료보다 생존율도 높고 증상도 더 호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고령 만성콩팥병 환자의 투석 치료 여부와 투석 치료법 간의 임상적 효과, 투석 계획 여부에 따른 예후 요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다.
70세가 넘으면 10명 중 1명 이상이 중증도 이상 만성콩팥병을 앓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유병률이 더 높다. 하지만 고령 만성콩팥병이나 말기 신부전 환자에 대한 국내 진료 지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이 저하되거나, 소변검사에서 혈뇨, 단백뇨 같은 콩팥 기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투석 치료와 보존적 치료의 임상적 안전성과 효과성 확인을 위해 60세 이상 만성콩팥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21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투석 치료가 보존적 치료보다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고, 사망 위험은 낮았다.
보존적 치료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투석 치료나 콩팥이식을 시행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에 중점을 두면서 적절한 돌봄과 치료를 제공하는 치료법이다.
투석 치료군의 1년 생존율은 85%, 2년 생존율은 73%, 3년 생존율은 58%였으며, 보존적 치료군의 1년 생존율은 69%, 2년 생존율은 43%, 3년 생존율은 25%이었다.
모든 시점에서 보존적 치료군의 생존율이 낮았고, 생존 기간도 투석 치료군 38개월, 보존적 치료군 20개월로 보존적 치료군이 낮았다.
사망 위험도 전반적으로 보존적 치료군보다 투석 치료군이 유의하게 낮았다.
삶의 질 측면도 정신적 영역 및 증상·문제 영역에서 투석 치료가 보존적 치료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근거를 확인했다.
고령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계획되지 않은 투석 치료와 계획된 투석 치료의 보정된 사망 위험 분석 결과, 1년 이내에서는 두 군 간에 사망 위험 차이는 없었지만, 초고령 대상 문헌 결과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투석 치료의 사망 위험이 계획된 투석 치료보다 3.98배 높았다.
1년 이상에서는 계획되지 않은 투석 치료의 사망 위험이 계획된 투석 치료보다 1.98배 유의하게 높았다.
‘계획되지 않은 투석 치료’란 계획에 따라 투석을 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지만 임상적으로 투석이 급히 필요한 상황에서 중심 정맥 도관 삽관을 통해 시행되는 투석을 말한다.
계획되지 않은 투석 치료를 받은 경우 생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연령, 저칼륨혈증(혈액검사에서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의 하한치인 3.5mmol/L 미만인 경우, 투석 이후 동정맥루 수술(혈액투석이 가능하도록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는 수술) 여부로 확인됐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았으며, 저칼륨혈증에서 혈중 칼륨 수치가 증가할수록, 동정맥루를 만들어 투석을 지속하면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낮아졌다.
또한 계획되지 않은 복막투석보다 계획되지 않은 혈액투석의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이 고령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혈액투석이 복막투석보다 더 좋은 생존율을 나타내는 관련성을 보였지만, 근거 수준이 낮고 두 치료법 간 효과 차이를 입증하는 근거가 불명확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연구책임자인 신성준 동국대 의대 교수와 양재원 연세대 원주의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고령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투석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생존율이 유의하게 좋고, 삶의 질에서도 별 차이가 없어 보존적 치료보다 투석 치료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공동 연구책임자 박동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 만성콩팥병 환자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투석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