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관련한 다양한 소문은 많지만 올바른 물 섭취법을 정확히 아는 이는 드물다. 물은 우리 몸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건강하고 현명한 ‘물 마시기’가 필요하다. 올바른 물 섭취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속설의 하나가 하루에 2L, 즉 매일 8잔의 물을 마셔야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70여 년 전 미국 연구에서 나온 연구를 잘못 해석한 결과다.
실제로 우리 몸이 하루 필요한 수분 섭취량은 2.5L 정도이지만 이를 꼭 물로 마실 필요는 없다. 평소 식습관에 따라 섭취해야 하는 물의 양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한국인의 경우 미국보다 과일ㆍ채소 섭취량이 많은 편이기에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수분량이 1L 이상에 해당한다. 또 사람마다 체중ㆍ연령이 다르므로 하루에 딱 몇 잔을 마셔야 한다고 적용하기보다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물 섭취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지난 2020년도 한국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는 하루 900mL 이상, 여성의 경우 600~800mL 정도 섭취해야 충분한 물 섭취를 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물 섭취를 오히려 제한해야 할 때도 있다. 간경화ㆍ만성콩팥병(만성 신부전증)ㆍ심부전 등의 질환을 앓고 있으면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복수(腹水), 폐 부종, 전신 부종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의사와 물 섭취를 상의해야 한다.
물은 몸속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지난 후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한꺼번에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콩팥 기능에 무리가 가고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손다혜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나트륨증은 두통, 구역질, 현기증, 근육경련뿐만 아니라 뇌장애를 일으켜 의식 장애나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물을 한 잔씩 나눠 마시는 것이 좋은데 특히 고령층은 콩팥의 수분 재흡수율이 떨어져 수분이 부족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에 의식적으로 시간마다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82%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물 대신 당 함량이 높은 주스나 탄산음료, 커피, 차 등을 마시면 오히려 소변을 통한 배설이 늘어나 탈수가 될 수 있다.
음료수에 비해 탄산수는 추가 칼로리가 없고 이뇨 작용이 있어 최근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물 대신 많이 마신다. 하지만 탄산수도 건강에 꼭 이롭다고 할 수 없다.
탄산수는 대부분 이산화탄소 함유로 인해 PH 5.5 이하 산성이라 치아 보호막인 에나멜을 침식할 수 있고,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는 복부 팽만감 같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체중 감량에 대해선 상반된 연구 결과가 있는데, 칼로리가 0인데 포만감을 느끼게 만들어 체중을 감량한다는 연구도 있고, 오히려 배고픔 호르몬(그렐린)을 늘려 체중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나왔다. 따라서 수분 섭취는 순수한 물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을 적게 섭취하면 몸은 갈증을 느껴 물을 보충하게 된다. 하지만 고령층에서는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해 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물을 적게 마시면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만성 탈수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물 섭취 부족이 콩팥 결석을 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하루 500mL 미만의 수분(물, 음료수 등)을 섭취한 그룹이 2,000mL 이상 수분을 섭취한 그룹보다 콩팥 결석이 많았다.
물 섭취가 부족하면 소변이 농축되면 소변 속에 있는 칼슘·요산 등이 뭉쳐져서 결석이 잘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해서 과다하게 물을 섭취하는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과다 섭취하면 저나트륨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 과다 섭취로 인한 증상으로는 두통, 호흡곤란, 현기증, 구토, 근육 경련 등이 있고, 심하면 호흡곤란, 폐 부종, 뇌 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운동할 때 물은 언제, 얼마나 마셔야 될까.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운동 전 30분에서 1시간 내 종이컵 2잔(300㏄) 정도 마셔야 한다”며 “운동할 때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지 말고 15~20분 간격으로 150~200㏄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특히 운동할 때나 끝난 뒤 물을 마실 때는 체온보다 차가운 물을 15~20분 간격으로 천천히 마셔야 체온 조절이 가능하고, 체액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마시기
□목이 마르지 않아도 하루에 4, 5잔은 마시기
□음료수 대신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수분 섭취하기
□운동하거나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매 시간 물 섭취하기
□개인 나이ㆍ성별ㆍ질환을 고려해 적정량 물 섭취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