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여성은 100일 동안 재혼할 수 없도록 한 일본의 민법 조항이 124년 만에 없어질 전망이다. 또 이혼한 뒤 300일 안에 출산할 경우 전남편의 자녀라고 정한 ‘적출(嫡出·적자 출신이란 뜻) 추정’ 조항도 재검토되는 등 1898년 메이지 시대 시행된 부계 중심의 민법 규정에 변화가 생긴다.
15일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법제심의회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답신을 후루카와 요시히사 법무장관에게 제출했다. 법무성은 이 답신을 토대로 민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여성에 대한 재혼 금지 조항은 오래전 여성이 재혼해 낳은 아이의 진짜 아버지가 누군지 알 수 없던 때에 만들어진 조항이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로 과학적 확인이 가능해진 지금까지도 일본에 남아 있다. 한국에선 앞서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기구와 여성 인권단체는 차별적인 법률이므로 개정해야 한다고 일본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최고법원은 2015년 당시 6개월이었던 재혼 금지 기간이 ‘위헌’이라면서도 ‘100일 정도면 합리적인 입법 재량의 범위’라고 인정해 근본적으로 폐지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심사회의 의견대로 민법이 개정되면 1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재혼 금지 조항이 폐지된다.
이혼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아이는 전남편의 자식이라고 규정한 적출 조항 역시 친자 검사가 불가능했던 과거의 유물이다. 일본에선 유전자 검사로 혈연관계가 없다고 밝혀진 후에도 법규에 따라 부자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마저 있다. 이러다 보니 이혼 후 출산한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산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2007년 밝혀지면서 개정 움직임이 일어났다.
친자 감정 등에 의해 부자관계를 인정하자는 개정안이었지만 당시 자민당 보수파 의원들은 “불륜을 조장한다” “정조 의무는 성 도덕이다”라며 맹렬히 반발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혼인제도 근간에 관여하는 것에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혀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못했다. 심사회는 이번에 적출 조항을 없애지는 않되, 여성이 재혼했다면 이혼 시기에 상관없이 현 남편의 자식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추가하라고 제안해,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