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86세대에 이번 대선은 마지막 기회... 세대 잇는 다리 놓겠다"

입력
2021.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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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출마 이광재 민주당 의원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생)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이광재(56) 의원은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을 마지막 기회로 본다"고 했다. 86세대로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청년 세대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하고 물러나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당시 38세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던 그는 "86세대도 혁신하지 못하면 낡은 세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대선 출마를 통해 "기회가 넘치는 나라, 창업국가 대한민국"을 미래비전으로 제시했다. 여당에서도 '기업·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평가받는 그는 디지털 전환과 기술혁명, 일자리 아이디어를 힘주어 설명했다. 다만 삼성으로부터 대선 자금을 받은 전력에는 "변명할 생각이 없다.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국민의힘 수장으로 36세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다.

"이준석 현상은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 탓이다. 20년 전에도 기성정치에 물들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50세, 이해찬 국무총리가 52세였다. 강금실·유시민·이창동 등 40대 장관들이 탄생했고, 이들이 한국 정치를 이끌어왔다. 디지털·그린 시대를 앞둔 지금은 제가 세대교체의 주역이 되고자 한다."

_86세대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86세대인 봉준호 영화감독은 학생운동 출신이지만 변신해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86세대가 혁신하지 않으면 낡은 세력이 되고, 혁신하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저는 이번 대선을 (86세대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노후 세대와 청년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데 쓰고 싶다."

_여권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평가는.

“이 지사는 순발력이 좋고 강단도 있다. 57세로 '50대 정치인'이란 점은 비슷하다. 다만 대통령은 국가운영자다. 저는 청와대와 국회를 모두 경험했고, 지난 10년간 정치권 밖에 있어 신세 진 사람도 없다. 제가 정치 개혁의 적임자인 이유다."

_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둘러싼 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졌고, 국민의 50%가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선을 연기할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고 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일단락 짓고 대선 후보를 뽑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연기를 반대하는 이재명 지사가 통 큰 결단을 해야 한다."

_야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평가는.

"둘 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분들이다. 그런데 대통령 꿈을 꾸면서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상식적이지 않고 국민에 대한 신의 문제도 있다. 특히 최 원장은 대선에 나오려면 최소한 1년 전에 직을 그만뒀어야 했다."

_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가 삼성을 찾아가거나 만난 횟수만 9번에 달한다. 그 때마다 삼성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재벌로부터 투자, 일자리 창출을 끌어내고 기업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대타협을 해야 한다."

_'친기업' 이미지가 우려되지 않나.

"좋은 일자리가 생기려면 기업이 투자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당에서도 저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

_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했는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몇 차례 사과한 만큼 송 대표가 사과하지 않았어도 됐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건 기회가 박탈당했다고 느끼고 있어서다. 청년들을 위해 일자리를 대대적으로 만드는 창업국가, 주거와 돌봄, 교육이 하나 된 대학도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싶다."

_삼성에서 대선자금을 받았고, 박연차 게이트로 10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잘못한 부분이고 용서를 구한다. 더 겸손하게,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갚겠다."

정지용 기자
신현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