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의 걱정을 알고 있다.”
16일(현지시간) 8명의 애꿎은 목숨을 앗아간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연쇄총격 사건이 터지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은 반응이다. 그는 소수인종을 향한 미국사회 내 혐오 확산을 깊이 우려하며 19일 현지를 찾아 아시아계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토록 다양성을 고려해 꾸렸다는 바이든 행정부 초대 내각에는 정작 아시아계 장관이 한 명도 없다. 21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새 행정부에서 일하는 아시안 관료 수는 이전 정권들과 비교해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아무리 혐오를 멈춰달라 호소해도 소수인종 목소리를 정부 정책에 반영할 통로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으면 공허한 외침일이란 지적이다.
조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바이든 내각에서 각료급 인사는 전무하다. 2000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노먼 미네타 상무장관을 발탁한 뒤 아시아계는 행정 최고위직 명단에 늘 이름을 올렸다. 백인 남성에 경도됐다던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대만계 미국인인 일레인 차오를 교육장관으로 기용했었다.
장관을 제외한 다른 고위급으로 눈을 놀려도 아시안 비중은 미미하다. 현재까지 고위직을 맡은 동양인은 캐서린 타이(대만계) 미 무역대표부(USTRㆍ장관급) 대표가 유일하다. 각료와 고위급을 합친 26명 중 50%가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시아계 홀대 현상은 한층 두드러진다. 인도계인 비벡 머시 공중위생국장과 키란 아후자 인사관리처장은 지명은 됐으나 아직 상원 인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같은 인도계인 니라 탠든 백악관 예산관리국장(OMB) 지명자는 ‘막말 논란’에 휩싸여 자진 사퇴했다.
아시아계 관료 공백 여파는 애틀랜타 총격 테러 수습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들의 어려움을 대변할 적임자가 없다 보니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기는커녕, 상황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19일 대통령과의 대화 자리에 누굴 부를 지부터 시민단체에 의존하고 있다. 아시안아메리칸태평양계연합(AAPI)의 한 활동가는 WP에 “백악관 측에서 초대 가능한 아시안 인사를 물어왔다”며 “정부에는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연락할만한 아시아계 창구도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활동가도 “바이든 행정부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아시안 커뮤니티와는 단절돼 있다”고 혹평했다.
여기에 아시안들 스스로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기에 이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크다. 이번 사건 현장인 조지아만 보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0.24%의 득표율 차로 신승해 16명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할 수 있었다. 공화당의 오랜 텃밭이던 이 곳에서 승리하는 데 아시안 유권자의 결집은 당연히 큰 보탬이 됐다. 정권 탈환에 공을 세우고도 포상은 없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AAPI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 비중인 7%만큼은 자리를 보장받아야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