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평범한 강남 빌딩, 내부는 650억 오간 '불법 도박장'

입력
2024.11.0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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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복판의 한 빌딩 사무실을 평범한 회사인 것처럼 꾸며놓고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온라인 중계형 도박장을 개설·운영한 국내 총책 A(54)씨를 최근 관광진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회원을 모집한 B(56)씨와 전문 딜러로 근무한 C(41)씨 등 33명도 도박 방조 등 혐의로 검거됐다.

이들은 1년여간 650억 원 상당의 도박 자금을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도박장 내부에 모니터를 설치해 필리핀 호텔 카지노 도박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며, 화면을 보고 베팅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계형 도박을 운영했다.

도박장이 차려진 강남구 역삼동 빌딩은 여러 기업들의 사무실이 위치한 곳이다. 이 빌딩의 사무실을 빌려 차린 도박장 내부엔 호텔 카지노와 같이 도박 테이블, 모니터, 휴게 공간이 전부 갖춰져 있었다. 분위기 연출을 위해 카지노 근무 경력이 있는 전문 딜러를 고용해 테이블 앞에서 도박 칩을 관리했으며, 종업원을 통해 손님에게 식음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A씨 등은 도박장을 운영한 약 14개월간 사무실을 세 차례 옮기는 등 주기적으로 장소를 이전하며 단속을 피했다. 건물 외부엔 여러 대의 사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통제했다. 지인 추천 등을 통한 '회원제'로만 도박장을 운영하며 외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손쉽게 도박에 접근할 수 있는 도박 범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 도박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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