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실시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이틀 앞두고 진영 간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사전투표율이 8.28%에 그치면서 후보들은 교육 의제보다 상대 후보 비방으로 막판 지지세력 결집에 나섰다. 양강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표심이 갈리면서 막판까지 혼전 양상이다.
보수 진영 단일 후보인 조전혁 후보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 진영 단일 후보인 정근식 후보의 농지법 위반 의혹, 장남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조 후보는 "정 후보는 2012년 1월 용인 땅 매입 당시 이미 전북 익산에 2,646㎡의 논을 소유하고 있어 농지법을 위반했다"며 "농지취득자격증명서 발급 시 제출했던 자료를 공개하고 불법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가 소유한 경기 용인시의 농지가 용도와 달리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정 후보는 해당 농지에서 직접 텃밭을 가꾸는 사진을 공개하며 "주말마다 농사를 짓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 후보는 정 후보 자녀의 장기 해외 유학과 탈세 의혹도 제기했다. 정 후보의 장남이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서 "어렸을 때 미국에 오래 살아서 생각하는 모든 구조가 다 영어로 돼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조 후보는 "장남 미국 유학 8년의 진실 등 자녀의 해외 교육 의혹을 해명하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또 정 후보 장남이 포커대회 상금과 음원 등으로 소득이 높다는 점을 들어 소득세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후보는 "딸과 아들은 자사고나 특목고가 아닌 평범한 초중고를 졸업한 사회인"이라며 "장남의 소득과 관련해서는 탈세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정 후보도 "조 후보는 친구의 턱을 때려 조각내는 극한적 폭력을 행사하고 가짜뉴스라고 회피하고 있다"며 "뉴라이트 전력 문제 역시 어물쩍 회피하지 말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맞받았다. 조 후보는 고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를 폭행해 전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뉴라이트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 등을 지냈다. 학교폭력 의혹에 대해 조 후보는 "친구에게 화가 나 한 번 주먹을 날렸을 뿐 지속적인 행위가 아니므로 학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에 교육감 선거가 정치중립성이 훼손된 진영 간 대결로 귀결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유·초·중등교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선거의 문제점을 물은 결과 응답자 464명 중 221명(47.6%)이 '후보들의 정치적 발언 등 교육·정치 분리 원칙 유명무실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후보들의 교육 정책·비전 경쟁 실종'을 꼽은 교원이 135명(29.1%)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지지 세력에 호소하는 정치 공세만 펼치고 있다"며 "교육 정책이 실종된 정치 공세에 치우치다 보니 유권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선거 판세 전망도 불투명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와 조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진보 성향 최보선 후보가 12일 사퇴하고 정 후보와 단일화를 완성하면서 진보 진영에 유리한 상황이 됐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도 출마했던 최 후보는 당시 3.3%를 득표했다. 정 후보 측은 "디지털 교과서 도입, 친일 교과서 문제 등 윤석열 정권 교육 실책을 심판해야 한다는 진보 세력의 열망이 높다"며 "막판 접전에서 최 후보와의 단일화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 후보 측은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호상 후보와 단일화에 실패해 위기감이 커졌다.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윤 후보는 5.34%를 득표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수 진영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매번 단일화에 실패해 표가 분산됐던 게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며 "막판 단일화 실패가 보수 진영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진보 단일화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 진영 결집이 조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송기창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은 "조희연 전 교육감이 10년간 맡으면서 진보 교육 정책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 있다"며 "일반 유권자들의 관심이 낮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 등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표가 나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