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기준금리 ‘빅컷’, 면밀한 금리·경기대책 절실하다

입력
2024.09.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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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단숨에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 2020년 3월 이래 이어온 금리 기조를 4년 반 만에 전환하며 과감한 첫발을 디딘 셈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미국 기준금리 밴드가 4.75~5.00%로 내려와 우리나라 금리(3.5%)와의 차이는 1.5%포인트로 좁혀졌다. 연준은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말까지 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시장 예측은 분분했다. 당초엔 통화정책 전환의 시작인 만큼 0.25%포인트의 관례적 인하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2%대로 안정되는 흐름이 뚜렷한 반면, 실업률 연말 전망치가 4.4%까지 상향되는 등 고용지표 둔화가 두드러져 경기침체 불안감이 커졌다. 연준으로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기대응 의지를 빅컷으로 표명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빅컷은 국내 금리인하 요구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자 “내수진작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는 결정”이라는 입장을 냈고,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은이 지난 5월 기준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며 금리인하 ‘실기론’까지 제기하며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 상황으로도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 건 사실이다. 연휴 중 발표된 모건스탠리 업황 둔화 보고서로 인해 반도체 업종 주가가 급락한 건 반도체 경기(수출)에 의존한 성장의 취약성을 확인한 단적인 예다. 인하 여건도 어느 정도 마련되긴 했다. 고금리 유지 명분이었던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고, 한미 금리차 축소로 더 높은 금리를 좇아 자본이 유출될 우려를 덜긴 했다.

문제는 좀체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와 집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다소 둔화됐다고는 하나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집값은 계속해서 들썩이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과 가계빚 폭탄만 키운다면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다. 한은에 금리인하만 독촉할 게 아니라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정부 역할일 것이다. 대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