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불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 격차가 올 상반기 대폭 좁혀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데, 기술력에 있어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1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AI 메모리 지분에서 삼성을 제외하지 말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적어도 AI 경쟁의 예선전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렸다"며 "그러나 삼성전자가 상반기 차세대 HBM을 양산하면, 이전 세대 HBM 칩처럼 1년이 아닌 분기(3개월) 정도만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점쳤다. WSJ가 언급한 차세대 HBM은 HBM 발전 단계에서 5세대로 불리는 HBM3E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단 HBM3E 양산을 상반기 중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2년부터 4세대 제품인 HBM3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해 온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8단 HBM3E 양산에 먼저 돌입했다. SK하이닉스가 만드는 HBM3E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긴 하지만, 주로 저사양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구세대 HBM만 공급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매체는 그러나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곧 HBM3E 양산을 시작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 전망했다. WSJ는 특히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 HBM3E의 품질을) 검증하고 있다"고 언급한 다음 날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HBM3E 제품 옆에 '젠슨 승인(JENSEN APPROVED)'이라는 서명을 남긴 데 "흥미롭다"며 주목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황 CEO가 남긴 서명의 진의를 두고 '검증을 통과했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었다.
다만 WSJ는 시장의 기대처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검증을 통과하려면 "생산 능력을 늘리는 동시에 제품이 표준에 부합하는지를 확인시켜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HBM) 공급이 극도로 부족한 상황을 고려할 때, 엔비디아는 추가 공급업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검증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셈이다. WSJ는 "전체 메모리 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이제 (경쟁사를) 따라잡아야 하는 불편한 위치에 처해 있다"며 "추격을 지속하는 데는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지만, 전반적인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엔비디아의 잠재적 지원(HBM3E 수급)까지 있다면 삼성전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