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5년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중 앞에 깜짝 등장하며 재계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영 현장과 야구장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 '회장님'을 마주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재계와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 연구개발(R&D) 캠퍼스와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연이어 방문했다. 김 회장이 공식 일정에 나선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우선 이날 김 회장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차세대 발사체 사업 단독 협상자 선정을 축하하고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이는 2018년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베트남 공장 준공식 참석 이후 첫 현장 경영이다.
김 회장은 이날 간담회 주요 참석자인 MZ세대 연구원들과 시종일관 격의 없이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30대인 엄새빈 선임연구원은 2021년 누리호 1차 발사 당시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격려 편지를 가져와 김 회장의 친필 서명을 받았다. 엄 선임연구원은 "누리호 발사마다 회장님께서 주신 격려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며 "한화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행사 이후 김 회장에게 셀카 촬영을 요청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김 회장과 김 부회장도 손가락 하트까지 함께하며 셀카 촬영에 응했다.
이후 김 회장은 김 부회장과 함께 한화이글스의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홈 개막 경기가 열린 이글스파크에도 '깜짝' 등장했다. 그가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2018년 10월 넥센(현 키움)과 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약 5년 6개월 만이다.
이날 김 회장이 오후 4시 30분쯤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김 회장이 마이바흐에서 내리는 모습을 봤다'거나 '일찌감치 김 회장이 스카이박스(VIP 관람석)에 나타났다'는 등의 목격담이 이어졌다.
김 회장의 방문 소식이 전해지자 한화이글스 주장 채은성 선수와 문동주 선수가 스카이박스를 찾아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입단한 문 선수는 이날 김 회장을 처음 만났다. 문 선수는 김 회장과 만남이 즐거웠다고 전하며 "회장님이 오셔서 홈 개막전도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화는 이날 9회말 터진 임종찬의 끝내기 안타로 3 대 2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 안타가 터지자 김 회장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이날 한화가 5연승을 기록하자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 회장이 경기장에 나타나 승리했다는 의미로 김 회장을 '승리의 요정'이라 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