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의대 증원이 의료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 등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보건노동단체 전문가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의료체계 현실 진단 및 대응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의료 정책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공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들은 ‘의사 기득권 타파’가 곧 의료 개혁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공공의료체계 개선을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녹색정의당, 진보당이 공동 주최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 공공의료 강화가 아닌 ‘산업화된 병원’을 위해 의사 2,000명을 증원하려는 것 같다”며 “사실상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시장 확대를 부추기는 의료민영화”라고 지적했다. 의사 수 확대는 필요하지만, 대형병원만 배 불리는 부작용은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안은 의사만 많이 양성하면 알아서 필요한 지역, 필요한 진료과에 갈 것이라는 시장주의적 인력계획의 답습”이라면서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의사 수가 부족한 진료과나 코로나19 당시 환자 80%를 담당한 지방의료원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5% 수준에 불과하며 재정도 열악하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국장은 “만약 국가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확보됐다면 사회적 혼란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도권ㆍ강원ㆍ충청ㆍ호남ㆍ경상 각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치하고 공공의대 규모도 1,000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남 국장은 대형병원의 비정상적인 전문의 의존 구조와 3차병원(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쏠림을 막기 위해서는 1차의료기관(동네병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의료전달체계의 중심에 1차 의료기관들을 둬야 한다”며 “공공병원의 1차의료 지원 기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향후 인구 고령화 및 기후위기 등으로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