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 강조 효과? 국정연설 후 탄력 받는 바이든

입력
2024.03.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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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급증… ‘진보’ 샌더스 “재선 돕자”
‘둘 다 싫다’ 36% “낙태는 바이든 찬성”
지지율 박빙… “핵심 이슈” 각인에 성패

쟁점 의제들에 대해 진보 입장을 선명하게 부각한 지난 7일(현지시간) 연례 국정연설(연두교서) 이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임신중지(낙태)권 강조 전략의 효과가 입증되는 모습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 진보의 기대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흘 전 국정연설 이후 24시간 동안 바이든 선거 캠프에 1,000만 달러(약 130억 원)가 넘는 후원금이 답지했다. 하루 기준 캠프 자체 최고 기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1월 한 달간 모은 후원금이 4,200만 달러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규모라는 게 로이터 평가다. 바이든 캠프는 “풀뿌리 후원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 결속의 신호탄도 될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지 표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온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에즈라 클라인이 이날 퇴진 요구를 철회했고, 미 진보 진영의 지도자급 인사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 회복을 견인한 것은 명확한 진보 공약이다. 지난해 10월 초 ‘가자 전쟁’ 발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집토끼’ 단속에 애를 먹어 왔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 수가 불어나는데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적극 말리지 않자 아랍계와 청년층의 조직적인 민주당 경선 투표 보이콧이 시도되기도 했다.

이런 곤경에서 국정연설은 기회였다. 샌더스 의원은 방송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 약속을 근거로 “기후변화가 현실이라 믿는다면, 여성이 자기 몸을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해야 한다”며 “바이든을 재선시키고 그에게 진보 의제를 요구하자”고 독려했다. 또 “싸움(진보 진영의 요구)이 가자지구에서 바이든의 정책을 계속 바꾸고 있다”며 “바이든과 트럼프는 낮과 밤처럼 다르다”고도 했다. 대안이 없으니 믿어 보자는 것이다.

시큰둥한 유권자 불러낼 수 있을까

지지층 단속뿐 아니라 확대에까지 기여할 법한 진보 공약은 임신중지권 금지 저지다. 이날 공개된 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둘 다 싫어하는 유권자는 5명 중 1명꼴(21%)이었다. “이 그룹이 과연 투표할지와 누구에게 투표할지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ABC는 내다봤는데,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도록 견인하기에 최적의 의제가 임신중지권일 수 있다. 경제(15%), 이민(12%) 등보다 임신중지 관련 입장 찬성률(36%)이 눈에 띄게 높았다.

관건은 시큰둥한 그들에게 임신중지권을 핵심 이슈로 각인시킬 수 있느냐다. 미국 에머슨대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5% 동률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줄곧 밀리던 바이든 대통령이 반년 만에 따라잡은 결과다. 이를 이끈 임신중지권 공세가 국정연설에서도 이어졌지만, 전·현직 대통령 둘 다 싫은 유권자의 절반은 아예 연설을 접하지도 않았다고 ABC는 전했다. 이들이 임신중지권을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느냐가 대선까지 남은 8개월간 바이든 대통령의 과제라는 얘기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