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2년 앞두고… 미국·러시아, 우주 핵무기·나발니 의문사 공방

입력
2024.02.21 16:00
12면
“러, 위성 요격용 배치 임박” 보도에
러 “미가 일부러 퍼뜨려” 음모론 반박
추가 제재 예고 vs 공포정치 강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년(24일)을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용 우주 핵무기 배치 추진 정황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혀 온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의문사 등이 쟁점이다.

통신 대혼란·방사능 낙진 초래 가능성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안에 위성 요격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할지 모른다는 정보를 최근 미국이 동맹국들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주 공간에서의 핵폭발은 지난해 4월 기준으로 현재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위성 약 7,800기의 3분의 1에 영향을 미치고 지구상 통신 시스템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 얘기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상업용 위성 대부분이 고도 2,000㎞ 이하 저궤도에 모여 있기 때문에 폭발 이후 방사능 낙진도 우려된다”고 짚었다.

이 정보는 미국이 1년 넘게 러시아의 개발 계획을 추적한 결과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시아가 핵무기로 위성을 파괴하는 실험을 하려 채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미 정보당국에 입수됐고, 이에 정보당국과 백악관,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지난달 대책회의에서 인도와 중국을 중개자로 내세워 러시아에 외교적 압력을 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주 연방의회 대표에게 이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었는데, 마이크 터너 하원 정보위원장이 미리 정보의 존재를 공개하는 바람에 러시아 설득 구상이 틀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는 발끈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0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의 회의 석상에서 “러시아는 항상 핵무기의 우주 배치를 단호히 반대해 왔고 지금도 그렇다”고 불평했다. “러시아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주에서 하는 일만 한다”고도 했다. 쇼이구 장관은 “우리에게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알면서도 잡음을 만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자금이 지원되기를 바라는 백악관이 의회를 압박할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 방산·돈줄에 실질 타격 줄 패키지”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대립은 더 첨예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나발니 사망에 분명 책임이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나발니에게 일어난 일과 2년에 걸친 사악하고 잔인한 전쟁 과정에서의 모든 행동에 대해 러시아를 문책하는 ‘중대 제재 패키지’를 23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설리번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 방위산업 기반의 다양한 요소들과 러시아 경제 수입원들을 포괄하는 실질적 패키지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소개했다고 미국 NBC방송 뉴스가 보도했다.

이 압박은 유럽도 함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일 키릴 로그비노프 EU 주재 러시아대사 대행을 불러 나발니의 급사 경위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국제 조사를 허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폴란드 이탈리아 등은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불러 항의했다.

러시아는 불쾌해하는 기색이다. ‘푸틴 배후론’에는 “국가 정상에 대한 근거 없고 저속한 비난”이라며 반발했다. EU의 국제 조사 요구도 일축했다. 도리어 나발니 사망을 계기로 외신을 더 옥죄거나 구체적 혐의 적시 없이 나발니 친동생을 다시 수배자 명단에 올리는 식으로 ‘공포정치’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대선을 2주가량 앞두고 29일 의회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한다고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이 밝혔다.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관련 평가와 더불어 나발니 사망에 대한 언급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위용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