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혜수가 주연을 맡고 조현철이 연출한 영화 '너와 나'가 누적관객 1만 7천 명을 돌파했다. '너와 나'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와 하은의 이야기를 그렸다. 애틋한 스토리와 풍성한 감수성으로 무장한 이 작품은 공개 직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탔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박혜수는 약 2년 8개월 만에 복귀했다. 조금 이른 저녁,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혜수의 얼굴은 밝았다.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리던 과거에 비해 조금 더 단단해졌고, 깊이와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유리구슬처럼 맑았다.
앞서 박혜수는 지난달 10일 열린 '너와 나' 언론시사회에서 학교 폭력 논란을 언급하며 "그동안 많이 궁금해 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입장엔 변화가 없을 것이고 앞으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박혜수의 소속사 고스트 스튜디오는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소인이 허위사실 적시하여 고소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점이 상당하여 명예훼손 혐의가 소명된다는 이유로 송치(기소의견 송치)하였고, 현재 추가 수사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혜수는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이 장단점은 있겠지만 연기를 하면서 겪게 되는 모든 좋고 힘든 경험들이 저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거 같아요. 길게 생각했을 때 모든 경험이 다 어떠한 과정인 듯해요. 현재는 수사 중이기도 하고 사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있고, 지나가는 일이나 과정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너와 나'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더니,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각자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서 찾아지는 순간이 있을 거라서 그 부분이 위로를 주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촬영을 하며 자신의 학창 시절도 떠올렸다는 박혜수는 "실제로 내가 세미랑 많이 닮아있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오히려 잘 못하는 사람 있지 않나. 더 가까울수록 질투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만큼 상대도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고 그만큼 표현해 주길 바라고 그런 마음이 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미의 행동이 어떤 관객에겐 '왜 그럴까' 할 수 있지만 제 마음에선 납득이 갔어요. 제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도 됐고요. '나도 저렇게 서툰 때가 있었지' 하면서요. 결과적으로 세미가 영화 마지막에 하은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과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하루를 보내면서 하은이에게 많이 감정의 요동이 있었지만, 타인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라고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작품 공개를 앞두고 '긍정적인 긴장감'에 휩싸였다는 박혜수는 이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다. '너와 나'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시점에 논란이 터졌기 때문. 하지만 제작진은 그를 믿어줬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텐데 그렇게 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고 최선을 다해 임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몰입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서 '너와 나' 촬영이 끝났을 때도 다 보내지 못한 채로 한동안 지냈죠. 세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게 오히려 제가 기댈 수 있는 구석이 되기도 했어요."
실제로 박혜수는 인복이 있는 사람이다. 주변에 그를 아껴주고 믿어주는 친구들이 많다. "저는 감사하게도 소중한 친구들이 주변에 많은 편이에요. MBTI는 INFP인데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공감하는 거 같아요. 하하. 이 영화를 9번 정도 봤어요. 이제는 관객으로서 영화가 너무 아프고 슬퍼서 엄청 울어요. 아직도 눈물이 나요. 볼 때마다 슬픈 트리거를 자극하는 장면이 바뀌어요. 감독님이 희한한 영화를 만들었구나 싶어요."
조현철 감독은 배우이기도 한 만큼 작업이 더욱 수월했다. "배우들에게 진짜 신뢰를 많이 보여줬어요. 준비해간 걸 감독님들께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아서 인물을 만드는데 감독님이 그냥 '좋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좀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마냥 좋다고만 하니까 이게 진짜 좋은 게 맞는지 덜어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가 힘들기도 했어요. 하하.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스스로에게 믿음이 생기고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저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더라고요."
박혜수는 SBS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4'에 출연해 주목 받은 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배우로 활약해 왔다. 그에게 음악은 여전히 좋은 친구다. "최근에는 곡을 많이 썼어요. 기타와 피아노를 치고 일기도 쓰고 곡을 쓰고 그렇게 배설을 해야 해소가 되는 거 같아요.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미니 콘서트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누가 와줄지는 모르겠지만, 저의 20대와 30대를 대표하는 음악들을 들려드리면 재밌고 의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도전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박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도전의 범위가 확장됐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독립영화를 처음 하다 보니까 신선했고 대본을 받았을 때 처음엔 은유적인 표현도 많고 시간적 배열도 뒤죽박죽이어서 100% 이해를 하진 못했어요. 어떤 부분에 감동을 받아서 도전을 하게 된 건데, 많은 분들의 힘을 받고 협업을 하며 세미를 만드는 게 가능하단 걸 경험하고 나니까 어려운 다른 도전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혜수는 지금껏 실존 인물을 연기한 적이 없기에 그러한 도전도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단 걸 깨달았다는 그다. "제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얼마나 저 자신이 바로 단단하게 서 있는가에 따라 연기나 음악도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그래서 중심을 잡고 잘 서 있으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