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9월 28일, 담배를 피우며 차를 몰고 뉴욕 5번가를 지나던 한 여성(William P. Orr)을 경찰이 저지했다. 그는 여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있는 한 여자가 5번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여성이 받은 조치는 알려진 바 없지만, 그 사건은 여성 흡연에 대한 당시 통념을 보여주는 일화로 꽤 유명하다.
여성은 남자 없이 혼자 호텔이나 술집에 가기도 힘들고, 흡연 여성은 성적으로 문란하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존재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그들은 실내나 후미진 골목을 찾아야 했다. 워싱턴포스트가 “남성은 흡연 여성과 좋은 시간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그 여성과 결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설에 썼던 시절이었다.
1908년 뉴욕시의원 팀 설리번(Tim Sullivan)이 공공장소 여성 흡연을 금지하는 일명 ‘설리번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 제정 직후 한 여성(Katie Mulcahey)이 실제로 체포됐다. 5달러 벌금 처분을 받고 다음 날 석방된 그 여성은 벌금 납부를 거부했고, 여성 참정권운동단체 회원들은 흡연(평등)권을 여성 인권으로 내세워 집회와 강연, 토론회 등을 잇달아 열었다. 설리번 조례는 2주 만에 폐지됐지만, 유사한 시도는 1921년 미시시피주의회와 1922년 뉴욕시의회에서 반복됐다.
담배회사들과 계약을 맺은 한 광고 전문가(Edward Bernays)가 저 현상에 주목, 담배를 사회적 금기에 대한 저항과 여성 인권의 상징으로 부각하는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을 전개했다. 필립모리스사 광고에는 담배를 든 여성 모델 사진과 함께 “자기야, 당신은 먼 길을 왔어요”라는 카피가 실렸다. 미국 여성 흡연인구는 1911~1925년 사이 3배나 늘었고, 1939년 다시 3배 늘었다.
1929년 3월 31일 뉴욕 여성 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들었던 ‘자유의 횃불(Torches of Freedom)’이 실제론 담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