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나 신문을 보면 연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당 기사들 중에 선장 출신인 본인의 눈에 띄는 것은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를 통해 일본 원전 오염수가 항만에 살포된다는 이야기이다.
그 기사에 따르면, 후쿠시마 인근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많은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선박평형수를 통해 국내에 오염수를 배출하고 있다. 또 선박평형수 교환은 정박했을 때나 가능하며 공해상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하면 선박이 균형을 잃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는 선장 출신인 필자 입장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우선 선박평형수는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 위해 선체를 일정량만큼 잠기게 하기 위해 주입하는 바닷물이다. 모든 선박이 항상 평형수를 싣는 것은 아니다. 선박에 화물을 싣지 않은 공선(空船) 상태이거나 기상이 나쁠 때 복원성 확보를 위해 필요할 때에만 필요한 만큼 주입한다.
따라서 기사에 나온 대로 후쿠시마 인근에서 우리나라로 입항하는 모든 선박이 평형수를 국내에 배출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로 수입하는 화물을 실은 선박에는 화물이 가득 실려 있기 때문에 당연히 평형수를 싣지 않는다. 특히 컨테이너선은 운항 특성상 컨테이너 화물을 싣고 내리는 작업이 동시에 일어나므로 일본 항 내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하거나 배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항해 중에 선박평형수를 교환할 때도 있다. 해당 기사는 공해상에서 평형수를 교체하면 위험하고, 배출한 평형수를 교환하더라도 배출한 오염수를 다시 주입하니 위험하다고 한다. 모르는 말씀이다. 선박은 감항성 유지를 위해 평형수의 배출과 주입을 균형있게 진행하도록 절차화되어 있고, 수면 아래에 있는 씨체스트(Seachest)라는 곳을 통해 선박 평형수가 주입되고, 보통 수면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두 해수가 섞이는 경우는 없다.
한편, 최근에 일본의 원전 오염수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 선박평형수를 주입하고 국내에 배출하는 모든 선박에 대하여 공해상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 후 입항하게 하고 방사능 오염조사도 한다고 한다. 즉, 공해상에서 선박평형수 교환은 예나 지금이나 아무 문제없이 시행되고 있고, 선박평형수를 통해 일본 원전 오염수가 국내로 바로 유입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의 99.7%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 선박이다. 국가경제의 생명줄인 선박을 운항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자부심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국민들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으려면, 비전문가의 무분별한 비판이 확산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선박평형수는 일본 원전 오염수를 배출하는 주범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