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한 뒤 출혈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산후 출혈(postpartum haemorrhage)'로 인해 매년 전 세계에서 7만 명의 산모가 사망한다. 임산부 사망의 20~30%에 해당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산후 출혈은 아기를 낳은 후 발생하는 것으로 분만법과 별개로 24시간 이내 출혈량이 500mL 이상일 때(제왕절개 후 1,000㏄ 이상)를 말한다. 대략 산모용 패드 2개가 다 젖을 정도의 양이다.
산후 출혈이 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빈맥, 저혈압, 호흡 증가, 발한 등이 동반하기도 한다.
산후 출혈은 크게 출산 후 24시간 이내 발생하는 ‘조기 산후 출혈’과, 24시간 이후부터 6주~12주까지 발생하는 ‘후기 산후 출혈’로 나뉜다.
조기 산후 출혈의 경우 자궁이완증, 자궁 경부나 질 열상(裂傷), 잔류 태반 조직, 자궁 파열이나 유착 태반 등이 원인이다. 후기 산후 출혈은 잔류 태반 조직, 자궁 크기가 정상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퇴축부전, 감염, 유전성 응고 결함이 원인이다.
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혈이 지속되면 혈압이 떨어지는 동시에 맥박이 빨라지며 어지러움, 식은땀, 호흡곤란 등이 나타난다”며 “출혈량이 많을수록 증상이 심해지므로 출산 후 오로로 가볍게 생각하기보다 의심되면 지체 없이 전문 의료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산후 출혈이 출산한 뒤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분비물인 오로(惡露)와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분만 후 자궁에 남아 있던 혈액, 탈락막 조직, 세포 및 점액이 배출되는 것을 오로라고 한다. 오로에도 혈액이 섞여 있다 보니 출혈과 헛갈리기 쉽다. 오로도 출산 직후부터 3~4일 동안 혈액이 섞인 선홍색 분비물이 나온다.
분비물의 양이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흰색을 띠고, 3~4주에 걸쳐 사라진다. 시간이 지나 자궁이 수축되면서 오로의 양이 점점 적어지기 때문이다.
산후 출혈은 짧은 시간에 출혈이 과다하게 나타나 저혈량성 쇼크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모성 사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치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산후 출혈 증상의 하나인 빈맥(頻脈)이나 저혈압은 산후 출혈로 인한 혈액 손실이 총 혈액량의 25%(>1,500mL)를 넘어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방심하면 안 된다.
전치(轉置) 태반, 태반 유착증, 혈액 응고 장애가 있는 산모들은 산후 출혈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산모가 제왕절개 및 자궁 수술한 적이 있거나, 자궁이완증 위험 요인이 있으면 중등도 위험군이다.
이런 이유로 임신부는 분만 전 의사와 상담ㆍ검사로 산후 출혈 위험 인자가 있는지 미리 선별해 예방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산후 출혈의 가장 큰 원인인 자궁이완증은 태아 무게가 4㎏ 이상이거나, 다태아, 산후 출혈 병력, 융모양막염 등이다.
산후 출혈 위험이 확인되면 자궁수축제로 자궁 이완을 막고 수축을 촉진해 분만 속도를 높여 예방해야 한다. WHO는 산후 출혈 예방을 위해 자궁수축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 밖에 산모 상태와 원인에 따라 자궁 마사지, 탯줄 견인 통제를 통해 산후 출혈을 대비할 수 있다.
김영주 대한모체태아의학회 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완성 산후 출혈이 증가하고 있는데, 자궁이완증이라면 미리 선별할 수 있고, 산후 출혈을 치료를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다태아이거나, 태아가 크거나, 융모양막염 등 자궁이완증 원인을 가지고 있거나 위험군이 아니었더라도 분만 후 출혈량이 의심되면 의사와 되도록 빨리 상의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 건강의 날(5월 10일)’을 맞아 제니스 두싸스 한국페링제약 대표는 “산후 출혈로 인한 모성 사망을 줄이기 위해 페링제약은 개발도상국에 자궁수축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