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19' 정책 폐기 이후 중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회의 '중국발전고위급포럼(CDF)'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대대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기업들로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담에서 벗어나 반등이 기대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24일 재계와 중국 관영 언론에 따르면, 25일부터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연차 총회에는 이 회장과 팀 쿡 CEO를 비롯해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아민 나시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CEO,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 대표들이 초청장을 받고 온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유명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도 참가자 명단에 들어 있다. 중국 측에서는 중국 중앙 관료 30여 명과 국영 기업 및 금융 기구 수장 20여 명이 찾을 것으로 보이며, 11일 전국인민대회에서 뽑힌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CDF 연차총회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완전한 오프라인 행사로 치러지는 중국 정부 주최 대규모 국제회의다. 중국은 주제를 '경제 회복: 기회와 협력'으로 내걸면서 대중국 투자를 적극 호소할 전망이다. 포럼을 조직하는 중국발전연구재단 측은 "다국적 기업들에게 중국의 내수 확대 전략을 설명하고 중국 시장의 회복력과 잠재력을 보여줄 계획"이라면서 "해외 기업의 우려와 요구에 대응해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기업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난감한 처지다. 블룸버그는 많은 기업가들이 중국 방문을 고민했고, 일부는 이번 행사에 다른 임원이나 실무진을 대신 파견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미국 하원에 '미·중 전략경쟁특위'가 설치돼 중국 정부와 연관한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다보스'란 별칭이 붙어 있는 '보아오포럼'도 28일부터 하이난성 보아오에서 열리지만 열기는 예전 같지 않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애플과 화이자 등 미국 대기업 대표가 직접 중국행을 결정한 것은 코로나19 봉쇄 이후 3년 만에 중국 중앙관료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고 있다. 제로 코로나19 정책이 사라지면서 최근 성장률 둔화를 겪은 중국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한다. 다국적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빠르고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고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